“김정은과 아마도 매우 좋은 관계,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
미 국무부 “평창서 북한과 대화 불가능” 압박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대화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하고 싶지 않다”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 또 “김정은과 ‘아마도(probably)’ 매우 좋은 관계에 있다“는 말도 했다. 지난해 ‘꼬마 로켓맨’ 등 날카로운 말이 오갔던 상황과 비교하면 어조가 상당히 누그러진 셈이다.
이날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아마도 매우 좋은 관계에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과 관계가 있다. 당신들은 상당히 놀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과 대화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응답하지 않겠다. 했다, 안 했다로 답하지 않겠다. 그저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지 않겠다”는 북한을 비롯해 국제 문제에서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을 구사하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법 중 하나다. 또 북한을 비롯한 국제 문제에서 어조가 갑작스레 뒤바뀌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보여온 모습이다. 모호하거나 일관되지 않은 발언은 상대측이 미국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 알 수 없게 해서 결국 협상장에서 최대한의 이득을 얻어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이를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게서 (공격적인 발언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에 갑자기 그는 내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예를 20명, 30명 정도 들 수 있다. 나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식적인 미국의 대북 정책은 여전히 ‘최대한의 압박’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실제 대화 가능성을 연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AFP통신은 지적했다. 실제로 미 국무부의 브라이언 훅 정책기획관은 이날 “동계올림픽에서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발언했다. 올림픽 때 한국 방문이 예정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측과 만나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또 훅 기획관은 16일 밴쿠버에서 미국과 캐나다가 공동 주최할 예정인 ‘밴쿠버 그룹’ 외교장관 회의의 목적은 대북 압박이라고 명시했으며,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지원하는 선박에 대한 유엔 차원의 입항 금지 제재 등 추가 제재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WSJ 인터뷰에서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 대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다소 누그러트렸다. 대표적인 예가 멕시코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가 선거 전이라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며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재협상에서 다소 유연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경에 벽을 설치하는 문제도 “공정한 협상을 통해 멕시코에서 미국에 돈이 들어오면 그걸로 벽을 세울 수 있다. 멕시코가 돈을 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정치쟁점이 된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 대해서는 분노를 표하며 “명예훼손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고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도 자신을 배신했다며 단절된 관계를 다시 이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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