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집권 2년차 과제로
주주 의결권 확대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제시
야권, 재계는 ‘결사반대’ 입장
개정안 국회 통과될지 장담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차 ‘재벌개혁’의 핵심 과제로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주주권 강화를 제시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상법 개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하지만 재계와 야권이 ‘결사 반대’ 입장이어서 실제 개정까진 산 넘어 산이란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재벌개혁은 경제의 투명성은 물론, 성과를 중소기업과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구체적인 재벌개혁 방안으로 ‘주주 의결권 확대 및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제시했다.
우선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 지침을 의미한다. 안택식 강릉원주대 교수는 11일 “총수일가가 극히 적은 지분으로 대기업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하는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며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가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 등으로 권한을 적극 행사해 이런 지배구조 왜곡을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할 걸로 예상된다. 최근 발표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전자ㆍ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된 바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 1표’ 원칙 대신 선임하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표)을 부여하는 제도다. 지분이 5%인 주주라면 이사 3명을 선임할 때 후보자 1명에게 15%(5%*3)의 의결권을 몰아줄 수 있다. 안택식 교수는 “총수일가 권력을 견제하려고 외환위기 이후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들이 거수기로 전락했다”며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을 위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을 저지른 자회사나 손자회사 임원에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상법은 지분 1% 이상인 주주가 해당 회사 이사에 대해서만 책임 추궁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는 “주주대표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가 활성화되면 임원들이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사익 편취를 쉽게 돕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①독립적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총수일가 전횡을 감시하고 ②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고(스튜어드십 코드) ③사후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지배구조에 종합적인 ‘시장’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상법 개정,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를 우선 추진하고 그 효과를 보아 가며 공정거래법 규제를 얼마나 강화할 지 판단할 것”이라고 ‘단계적 접근 전략’을 밝혔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 초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외국계 투기자본에 국내기업 경영권이 무장해제 된다” “대기업 옥죄기 법” 등 여권(당시 새누리당)의 반발로 흐지부지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 상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재계의 반발에 백지화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상반기 개헌 논의, 지방선거 등으로 인해 올해 상법 개정이 논의될 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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