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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리카드 홈 장충체육관 배구 코트에 핀 '아름다운 동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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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리카드 홈 장충체육관 배구 코트에 핀 '아름다운 동료애'

입력
2018.01.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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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조 리본을 단 우리카드 선수단과 김상우(오른쪽) 감독./사진=우리카드 배구단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 으라 으 으라 으.”

평소 가수 윤수일(63)의 곡 ‘아파트’가 흘러나오며 단체 응원으로 떠들썩한 서울 장충체육관에 갑작스레 정적이 흘렀다.

지난 10일 프로배구 도드람 2017-2018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대한항공의 경기 시작을 1분 남겨둔 오후 6시 59분. “잠시 묵념이 있겠습니다”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에 모두가 일어서 고개를 숙였다.

사연은 이랬다. 홈 구단인 우리카드 센터 구도현(26)은 앞서 7일 모친상을 당했다. 9일 발인을 하고, 급히 팀에 합류했다. 모친상을 당한 동료 선수를 한 뜻으로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자 구도현을 위로하기 위해 김상우(45) 우리카드 감독은 가슴에 검정색 근조 리본을 달았다. 김 감독은 대한항공과 경기 전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과 마주했다. 그는 부진한 팀 성적과 구도현의 모친상으로 마음이 착잡했다.

김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선수단 모두가 근조 리본을 달기로 했다. 선수들에게는 동료를 위해서라도 모두 열심히 하자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그 밖의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우리카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훈련복과 유니폼 위에 검정색 리본을 달았다. 우리카드 선수들은 경기 전 몸을 풀면서 자극적인 제스처나 함성을 자제했다. 표정도 꽤나 굳어 있었다. 상대 팀 대한항공의 일부 선수들 역시 구도현에게 다가와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아름다운 동료애였다.

현장에 있던 우리카드 관계자에게 다가가 뒷얘기를 물었다. 우리카드의 한 관계자는 선수단이 근조 리본을 단 것과 관련해 “김 감독님이 제안을 하셨다. 바쁜 시즌 중이었지만 감독님과 선수들이 모두 단체로 조문해 구도현의 아픔을 나눴다”고 털어놨다. ‘전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2014년 2월 김광국(31) 선수가 모친상을 당했을 때 이번처럼 선수단이 근조 리본을 달았었다”고 떠올렸다.

구도현은 결장할 것으로 보였지만, 1세트 팀이 21-17로 리드하고 있던 상황에서 의외로 코트에 투입됐다. 그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이 다 가시지 않은 듯 득점 없이 범실만 2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힘을 내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카드는 31점(공격성공률 55.81%)을 기록한 외국인 선수 파다르(22)와 9점을 보탠 최홍석(30)의 활약에 힘입어 ‘강호’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0(25-21 25-18 25-23)으로 제압했다. 6위 우리카드는 이날 승리로 9승14패 승점 28이 되면서 5위 KB손해보험(10승12패ㆍ승점 29)을 승점 1차이로 압박했다.

‘승장’이 된 김 감독은 “사실 모친상을 당한 구도현은 몸 상태가 정말 좋지 못했는데 어쩔 수 없이 투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취재진 앞에 나타난 파다르 역시 동료 구도현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그는 “(구도현이) 매우 슬픈 일을 겪었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최대한 말을 아끼며 뛰었다. 구도현은 상을 당했지만, 이렇게 팀에 와서 뛰었고 승리하는데 일조했다. 정말 자랑스럽다”고 높이 샀다.

때로 승리 지상주의가 판치는 냉혹한 승부의 장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정(情)’과 배려, 인간미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날 장충체육관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좀처럼 마주 하기 힘든 따뜻한 스포츠 현장이었다.

장충체=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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