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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중인 카탈루냐 전 수반 푸지데몬 화상으로 통치?

입력
2018.01.11 16:5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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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AP 연합뉴스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 AP 연합뉴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의 분리ㆍ독립을 지지하는 주요 정당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수배령이 내려져 국외 도피 중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자치정부 수반을 재추대하기로 해 새로운 갈등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10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푸지데몬 전 수반이 소속된 ‘카탈루냐를 위해 다함께(JxCat)’와 공화좌파당(ERC)은 이날 그를 다시 자치정부 수반으로 추대하기로 합의했다. 독립 찬성파인 민중연합후보당(CUP) 역시 푸지데몬 선출 움직임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1일 치러진 카탈루냐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조기 선거에서 분리ㆍ독립을 찬성하는 3개 정당은 전체 135석 중 과반(70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정당은 17일 개원하는 주의회에서 푸지데몬 재선출 안건을 놓고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관건은 해외 피신 중인 푸지데몬이 카탈루냐의 수장을 맡을 자격이 있느냐는 점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카탈루냐 주의회가 일방적으로 독립 선포안을 가결하자 자치정부ㆍ의회를 해산했고, 반란 및 내란 선동 등 혐의로 푸지데몬을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푸지데몬은 벨기에 브뤼셀로 피신한 뒤 아직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푸지데몬 측은 인터넷 화상전화 ‘스카이프’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원격 업무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JxCat 관계자는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스카이프를 통해 해외에서 공식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투표 전에 푸지데몬이 미리 보낸 연설문을 낭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화상 통치’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페인 집권 국민당의 페르난도 마르티네즈 마이요 의원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푸지데몬의 임명을 막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카탈루냐 의회법에는 자치정부 수반이 “청사에서 공무를 봐야 한다”고 명시돼 있으나 화상업무 시스템이 등장하기 전 제정된 내용이라 논쟁 여지가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결국 푸지데몬이 재선출되더라도 효력 여부는 법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 FT는 “스페인 법원이 의회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민주적 권리를 침해하고 카탈루냐를 박해한다는 동정론이 커져 분리주의자들의 또 다른 선전 무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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