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실서 신고 내용 전달 불구
구조대원에게 알리지 않고
1층 진압ㆍ외부 구조에만 집중
유리창 파괴 후 진입 지시 안 한
제천소방서장 역량 부족 드러나
점검 안해 무선통신 장애 발생
소방굴절차 조작 미숙도 사실로
책임자 4명 직위해제ㆍ중징계 요구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 참사는 소방당국의 현장 지휘가 부실해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제천 참사 소방합동조사단은 이에 따라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의 직위해제를 소방방재청에 요구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11일 제천체육관에서 화재원인 조사 최종 브리핑을 열어 “화재 초기 현장 상황이 구조대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등 현장 지휘체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에 따르면 화재 당시 충북소방본부 119상황실은 ‘2층에 구조할 사람이 많다’는 신고 내용을 휴대폰을 통해 화재조사관에게 2회(오후 4시 4분, 6분), 지휘조사팀장에게 1회(4시 9분) 통보했다. 하지만 지휘조사팀장은 2층에 구조 요청자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구조대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1층 화재 진압과 건물 외부 구조에만 집중했다.
조사단은 “2층에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도 특별한 지휘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지휘관으로서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119상황실에서 현장지휘관에게 정보 전달을 무전보다 휴대전화를 더 많이 사용한 것은 재난현장 매뉴얼(SOP104)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뒤 이어 현장에 도착한 제천소방서장의 지휘도 적절하지 못했다.
제천소방서장은 4시 12분 현장 도착 직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2층에 사람이 많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듣고, 16분엔 지휘조사팀장과 화재조사관으로부터 같은 내용을 구두로 보고받았다. 그러나 그는 화재진압 후 주 계단 쪽으로 진입한다는 최초 계획을 변경하지 않은 채 2층에 대한 구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조사단은 “당시 소방서장은 가장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비상구를 통한 진입이나 유리창 파괴 후 진입 등을 지시하지 않는 등 지휘 역량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조사단은 “구조대가 4시 6분에 도착하고도 30분이 지난 4시 36분에야 2층에 진입한 데는 구조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이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충북 소방당국의 미흡한 무선통신망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화재 당일 4시 2분부터 20분까지 18분 동안 소방상황실과 현장지휘부와의 무선통신에 장애가 발생한 것은 제천소방서 기지국의 커넥터 접속 불량과 배선 노화로 인한 송신출력 손실 때문으로 조사됐다. 소방서 측은 매일 실시해야 하는 무선통신망 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단은 “다른 시도에선 무선통신망을 24시간 상시 점검·수리할 수 있도록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하고 있으나 충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인명 구조를 위해 출동한 소방굴절차는 조작 미숙으로 제 기능을 못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조사단은 “당시 굴절차의 수평조절시스템에 생긴 이상으로 자동조작에서 수동조작으로 바뀌면서 사다리 전개 속도가 현저하게 저하됐다”며 “이는 경력이 4개월 밖에 안된 직원이 훈련도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조작을 미숙하게 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이 같은 책임을 물어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의 직위해제를 소방청에 요구했다. 또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장과 제천소방서장, 화재 당시 지휘조사팀장 등 3명을 중징계하라고 충북소방본부에 요청했다.
변수남 조사단장은 “당시 상황관리, 소방특별조사, 교육훈련, 장비관리 등에 대해 2차 조사를 벌여 추가 규정위반이나 문제점이 발견되면 관계자를 엄정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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