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전훈 전 소감 밝혀
“정상급 선수들 의식 않고
나 만의 클린 연기 집중할 것”
‘남자 김연아’ 차준환(17ㆍ휘문고)의 각오는 단순했다.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쓰며 2018평창동계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냉정히 평가해 메달을 기대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차준환도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을 의식하기보단, 부상을 방지하면서 자신만의 클린 연기에 집중하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던졌다.
차준환은 캐나다 전지훈련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대표로 선발된 소감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그는 우선 “이번 3번의 선발전을 거치면서 좋지 않은 결과도 있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좀 더 자신감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차준환은 지난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3차 대회에서 기적의 역전극을 펼치며 남자 싱글 피겨에 걸려 있던 1장의 출전권을 낚아챘다. 1~2차 선발전을 모두 우승한 이준형(22ㆍ단국대)이 올림픽 대표로 뽑힐 것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차준환은 3차에서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일 포스티노’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27.54점 차 열세를 뒤집었다.
승리의 요인은 ‘무념무상’에 있었다. 1~2차 선발전에 대패해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그는 욕심을 부리는 대신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을 기존 ‘플래닛’에서 지난 시즌 버전인 ‘일 포스티노’로 교체했고 4회전 점프를 대폭 줄여 실수 없는 연기를 노렸다.
차준환은 “3차 선발전을 준비하는 연습 기간에 올림픽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올림픽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대신 자신이 가진 걸 실수 없이 하자고 다짐했다. 그는 “안 좋은 흐름을 깨고 클린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자평했다. 올림픽에 대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때문인지 그는 최종 1위를 확정 하고 나서도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대해 그는 “점수 나왔을 땐 어떤 상황인지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3일 귀국해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차준환은 하뉴 유즈루(일본), 네이선 천(미국),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 등 정상급 선수들과 겨뤄야 한다. 실질적으로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그에겐 큰 무대 출전만으로도 큰 경험이 될 수 있다. 차준환은 “저랑 같이 훈련하는 하뉴나 하비 같은 선수는 이미 톱 클래스에 있는 선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내에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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