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은 ‘(정보) 가림 채용’ 외에 ‘능력 중심 채용’, ‘능력 위주 채용’ 등의 다듬은 말도 논의되었으나, 순화 대상어의 어감을 나타내는 데 부족함이 있어 최종적인 다듬은 말에서는 제외하였다.”(뉴스1, 2017.12.26.)
‘블라인드 채용’은 ‘선발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응시자의 개인 정보를 배제하고 진행하는 채용 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이 순화 대상어가 된 것은 ‘블라인드(blind)’라는 영어 때문. 외래어로서 ‘블라인드’는 ‘눈가리개’나 ‘해가리개’를 뜻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에서의 ‘블라인드’는 ‘블라인드 마케팅’이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의 ‘블라인드’에 가깝다. ‘블라인드 채용’을 ‘정보 가림 채용’이라 다듬은 것은 이를 고려한 것이리라. 이처럼 ‘정보 가림’은 ‘블라인드’의 어감을 제대로 나타낸 순화어다. 그런데 이 말들은 ‘깜깜이’로도 이해될 수 있어 문제인데, 실제 ‘블라인드 채용’은 ‘깜깜이 채용’으로 불리기도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이나 출신지 등 편견을 부추길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하고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채용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블라인드’와 ‘정보 가림’은 이러한 취지를 온전히 담기엔 부족하다. ‘무엇을 보느냐’를 드러내기보다 ‘정보를 보지 않음’을 강조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블라인드 채용’의 순화어로 ‘능력 중심 채용’과 ‘능력 위주 채용’을 배제한 결정은 아쉽다. 편견은 정보를 가림으로써 없어지는 게 아니라 편견에 의해 보지 못했던 것을 보려 함으로써 없어지는 게 아닐까. 순화 대상어의 어감을 나타내는 건 중요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그것이 가리키는 바를 어떤 말로 의미화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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