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사랑 인재장학회 설립
기초단체 첫 200억 기금 확보
전국 최초 고교생 수업료 면제
조ㆍ중ㆍ식 삼시세끼 무상급식도
서울대 등 명문대 합격생 배출
2013년부터 인구 증가세 이어져
청양군은 지리상 충남의 중심이지만 그 흔한 개발 시대를 비켜간 곳이다.
칠갑산으로 상징되는 산세에 갇혀 이렇다할 주민 소득도 내세우지 못한 채 ‘청정지역’이란 별칭을 달게 받으며 버거운 자족에 급급해야 했다. 주민들은 생계를 찾아 줄줄이 출향을 선택하는 게 당연했다. 어느새 총인구 3만명 붕괴를 걱정하는 지경으로 내몰리며 생존 전략이 발등의 불로 닥쳤다. 이런 초미니 빈촌이 말그대로 환골탈태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중심 화두는 교육 분야에 대한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였다. 민선5기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한 ‘교육 투자의 위력’은 민선6기를 거치면서 성과를 도출, ‘살고 싶은 청양’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청양의 대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석화 군수를 만나 무술년의 희망과 의지를 들어봤다.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놓인 청양의 미래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습니다. 맨 처음 눈을 돌린 것은 교육이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한 교육 재원을 파격적으로 투입해 인재 양성의 밑거름을 쌓았지요”
재선인 이 군수는 “여느 기초단체장은 물론 충남교육청에서조차 청양군의 교육에 대한 정성에 놀랄 정도”라며 “인구 유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파격적인 장학시책 등을 집념을 갖고 꾸준히 이어가다보니 기대대로 인구가 증가세로 반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펼친 교육에 대한 투자는 김지철 충남교육감의 표현대로 가히 파격적이다.
그는 민선 5기 청양군수 당선 이듬해인 2011년 6월에 ‘청양사랑인재육성장학회’를 설립했다. 교육 여건이 우수해야 사람이 떠나지 않는다는 평소의 철학을 시책으로 펼치기 위해 장학회 규모를 확대하는데 몰두했다. 성공한 출향인을 일일이 접촉하는 등 부지런히 전국을 누비고, 군민의 정성을 끌어들여 재단설립 5년만에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전국 최초로 200억의 기금을 조성하는 ‘대역사’를 일궈냈다.
그는 이를 종자돈으로 삼아 교육여건 개선부터 착수했다.
청양군은 지난해까지 모두 1,500여명에게 16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군은 올해도 3억8,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청양군은 2014년 충남에서는 처음으로 고교생 수업료를 면제하는 시책을 도입했다. 군은 무상교육에 이어 올해부터 충청권 최초로 관내 고교생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삼시세끼 무상급식을 전면시행한다. 청양군이 새해부터 펼칠 교육 시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고교 신입생 무상교복 지원을 비롯해 ▦우수 신입생 30명 국외체험연수비 지원 ▦고교영재반 운영 ▦농산촌 방과후학교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이 예정돼 있다. 청양에서 초등학교를 거쳐 지역 내 2개 고교 및 충남도립대에 진학하면 성적과 관계없는 장학금을 포함, 1인당 500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파격적인 장학금 지원 시책은 지역 우수학생의 외지 유출을 막는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4년 전 34년 만에 서울대 합격자가 나오는 등 이른바 명문대생을 매년 배출하는 경사로 이어졌다. 오랜 세월 신입생 미달 사태를 빚던 고교가 입학 정원을 넘길 정도로 달라진 교육환경을 반증했다.
재정자립도가 10%를 밑도는 그야말로 가난하기 그지없는 청양군의 대변신은 지역 교육계에서도 깜짝 놀랄 정도가 됐다.
이 군수는 “전 공무원과 불철주야 뛰면서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교육환경 개선 및 수혜 범위 확대를 계속해 청양을 명품 교육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 군수의 고향사랑과 교육철학은 자신의 뼈저린 젊은 시절에서 체득한거나 마찬가지다.
청양군에서 자란 학생들은 초ㆍ중학교 때부터 교육을 이유로 인근 공주와 대전, 서울 등 외지로 줄줄이 떠나는 게 상례였다. 이 군수도 고향에서 고교를 마치고 경찰에 투신한 이후 정년 때까지 외지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군수 취임 이후 청양만을 위한 맞춤형 시책구상에 몰두한 끝에 우선 교육에 청양의 미래를 걸었다.
하지만 이 군수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그는 2013년 건설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부하직원이 검찰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일지에 군수의 지시로 이루어 진 것처럼 ‘외국체험 관광마을 수의계약 검토’라는 글이 적힌 메모지를 끼워 넣는 바람에 누명을 쓰고 1년 가까이 수감되는 고초를 겪었다.
무죄판결로 명예를 회복한 그는 임기를 마치면 정치를 그만하겠다고 생각하고 잔여임기 동안 일에 파묻혀 지냈다. 그러나 누명으로 1년 가까이 군정에 소홀했던 부분을 보답하라는 주위의 강력한 요청으로 2014년 선거에 출마,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수감생활까지 한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이보다 더 큰 어려운 일은 없을 것” 이라는 생각으로 심신을 다잡았다. 그리고 교육이 청양의 미래라는 확고한 신념을 되짚으며 교육 혁신에 매달렸다.
그는 “출향인사조차 65억원이란 거금을 선뜻 내놓으며 지역인재를 키워달라고 요청하는데 현직 군수가 못할 일이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내친 김에 그는 청양 인구를 3만5,000명으로 늘리는 큰 그림을 그렸다.
지난 50여년 간 연 평균 1,300여명이 감소해 소멸 위기에 놓인 청양군의 현실은 이제 바뀌었다. 교육을 필두로 주민 소득 증대 등 다양한 자치시책이 빛을 발하면서 2013년부터 미세하지만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부자농촌 만들기’를 위한 6대 전략과제를 추진, 2020년까지 연평균 농가소득을 가구당 5,000만원으로 끌어올리는 도전에 나섰다. 여기에는 억대 소득 농가 500호 만들기도 들어있다. 청양군은 2016년 농업소득 4,101만원을 달성해 충남 1위를 차지했다.
교육 여건이 확 바뀌고 주민 소득도 고성장을 거듭하면서 귀촌ㆍ귀농인의 유입도 탄력을받고 있다. 청양군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만3,427명을 기록, 7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대도시 1개 동 규모의 인구에 불과하지만 농어촌 소규모 지자체 태반이 인구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비하면 청양의 인구증가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군수는 주민 소득증대를 위해 관광 개발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산촌이 많고 지리적인 여건으로 기업유치가 어려운 지역실정을 감안, 관광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은 것이다.
대중가요로 더 유명한 칠갑산을 배경으로 국내 최장 207m 출렁다리가 설치된 천장호를 중심으로 한 칠갑호 관광명소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또한 전국규모 대회 유치를 통해 군민소득을 높일 수 있는 스포츠 마케팅에도 집중 투자, 단순한 귀농ㆍ귀촌지를 뛰어넘어 스포츠와 문화가 어우러진 ‘살고 싶은 청양’의 꿈을 그려내고 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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