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이애슬론
50m 거리서 명중 못시키면
150m 뺑뺑이 돌거나 1분 추가
1~10위 순위에 결정적 변수
노르웨이_스웨덴 국경수비대
기량 겨루는 훈련이 스포츠로
1960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
경기장 달라 공식 세계기록 없어
영화 ‘인셉션’에서는 눈 덮인 산에서 스릴 만점의 스키 추격 장면이 펼쳐진다. 스키를 타고 설산을 내려가던 주인공은 적의 요새가 나오자, 등에 멘 총을 꺼내 요새 수비대와 치열한 총격전을 펼친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이 이와 비슷하다. 총을 멘 채로 스키를 타고 일정 거리를 달린 뒤 사격장에 도착해서 정확하게 사격을 하고 최대한 빨리 결승선을 통과하면 된다. 하계올림픽 근대 5종과 비교해 ‘근대 2종’ 이라고도 부른다.
북유럽 군인들 전투훈련서 비롯
북유럽 군인들의 전투 훈련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설이다. 18세기 후반 노르웨이와 스웨덴 국경 수비대가 기량을 겨루던 것이 스포츠 형태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24년 샤모니 올림픽에서는 ‘밀리터리 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바이애슬론과 비슷한 형태의 경기가 진행됐다.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60년 스쿼밸리(미국) 올림픽부터다.
최근엔 올림픽의 바이애슬론에 영감을 받아 탱크 바이애슬론 대회가 생겨나기도 했다. 탱크가 내달리다 정해진 과녁을 맞추는 시합이다. 2014년부터 매해 개최된 탱크 바이애슬론은 러시아가 4년 연속 1위로 압도적이다.
눈이 자주 내리고 완만한 구릉지대가 많은 북유럽이 바이애슬론 강국이다. 또 우리나라와는 달리 총기 소유가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유리하다. 선수들이 평소에도 자유롭게 조준 훈련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총기규제가 엄격한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ㆍ훈련 직후 총을 곧바로 무기고에 반납해야 한다. 당연히 북유럽에서 바이애슬론 강자들이 많이 배출된다. 역대 올림픽 금메달 획득 현황을 봐도 총 75개 가운데 독일이 16개, 노르웨이 15개, 러시아(옛 소련 포함) 9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 종목 메달이 없다.
벌칙 코스 뺑뺑이 24~27초 걸려
바이애슬론의 무기는 크게 2가지, 스키와 총이다.
우선 ‘스키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에 능해야 한다. 장거리를 꾸준한 속력으로 주파할 수 있는 심폐지구력을 갖춰야 한다. 바이애슬론 스키는 알파인 스키에 비해 좁고 가볍다. 부츠 역시 가볍고 발목이 짧다.
스키가 기본이라면 사격은 승부의 향방을 가르는 큰 변수이자 흥미 요소다. 사격에 실패하면 치명적인 벌칙을 받기 때문이다. 표적을 명중시키지 못하면 1분의 추가 벌점(개인 종목)을 받거나 150m 코스를 추가로 돌아야 한다(스프린트, 추적, 단체출발, 계주 종목). 벌칙 코스로 ‘뺑뺑이’를 돌면 대략 24~27초 정도 걸린다. 여기에 체력 소모는 덤이다. 이 정도 시간이면 상위권 그룹에서는 1등부터 10등까지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실제로 2017~18시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3차 대회 우승자 크리스티안센 샤스타드(23ㆍ노르웨이)는 스키에서 5위였지만 20발 모두 명중해 벌점을 받지 않아 앞선 4명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총 연사 안되고, 출발시 장전 금지
총의 성능이 중요하다. 일반 소총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바이애슬론 경기 목적으로 특수제작된 총을 사용한다. 총도 등에 멜 수 있도록 개머리판과 길이가 변형됐다. 연발사격이 되지 않아 선수들이 일일이 장전하고 쏘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훈련 과정에도 손을 빠르게 움직이는 훈련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선수들이 출발할 때 등에 멘 총엔 실탄 장착이 금지된다. 경기 중 넘어질 때 총이 발사될 수 있기 때문에 시작 전에 총의 실탄 장착 여부를 빠짐없이 검사한다.
총 검사는 크게 네 번 한다. 첫 번째 사전검사는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2월 초에 이뤄지는데 필수는 아니다. 두 번째부터는 필수검사로 대회 시작 날 바이애슬론 전용 총이 맞는지 등을 검사한다. 세 번째 검사는 대회 시작 직전에 장전 여부와 실탄 분리 여부를 검사한다. 네 번째는 경기가 끝난 직후다. 경기 중에 혹시 총을 바꿔치기 하진 않았는지 검사하며 남은 실탄을 모두 수거한다.
50m 거리에서 복사(엎드려 쏴)와 입사(서서 쏴) 2가지를 한다. 문제는 장거리 스키를 탄 뒤 곧바로 사격해야 한다는 점이다. 장거리 스키를 지치고 사격장에 들어서면 분당 심박 수가 170~190까지 오르내리는데 이런 가쁜 숨을 가라앉히고 사격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정적인 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1초라도 빨리 분당 심박 수 150 이하로 가라앉혀야 한다. 사격 선수들이 바이애슬론으로 전향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국 바이애슬론 경기장은 지형과 난이도가 서로 다르다. 그래서 공식적인 세계 기록은 없다. 평창 바이애슬론 센터 코스에 대해 ‘바이애슬론 여왕’ 라우라 달마이어(25ㆍ독일)는 평창 바이애슬론 코스에 대해 “언덕이 무척 가파른 편이라 쉽지 않지만 대단히 흥미롭다”면서 “사격장도 상당히 좋다”라고 호평했다.
남 5ㆍ여 5ㆍ혼성 1 등 총 11개 메달
세부 종목도 다양하다. 남자는 개인 20㎞, 스프린트 10㎞, 추적 12.5㎞, 단체출발(매스스타트) 15㎞, 계주 4×7.5㎞ 등 5종목이고, 여자는 개인 15㎞, 스프린트 7.5㎞, 추적 10㎞, 단체출발 12.5㎞, 계주 4×6㎞ 등 5종목이다. 여기에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남녀 혼성계주(남 7.5km×2+여 6km×2) 까지 총 11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개인 종목에서는 선수가 소총(3.5㎏ 이상)과 실탄 20발을 갖고 30초 간격으로 1명씩 출발한다. 사격은 스키 주행 중간중간 4번 진행되는데 복사(엎드려 쏴)→입사(서서 쏴)→복사→입사 순으로 매회 5발씩 쏜다. 표적을 맞히지 못하면 불발 개수당 1분을 주행시간에 추가한다. 결승선 통과 후 이 추가 시간 때문에 순위가 뒤바뀌기도 한다. 스프린트는 주행거리가 짧아 남자는 3.3㎞(여자는 2.5㎞)마다 5발씩 2차례 사격한다.
추적은 자격경기 성적에 따라 출발 순서를 정한다. 대체로 스프린트 경기 성적을 자격경기로 삼는다. 스프린트에서 60위 안에 들어야 추적에 참가할 수 있다. 둘째 날부터는 전날 경기 1위 선수가 가장 먼저 출발한 뒤 1위와 기록 차만큼 시간을 두고 후순위 선수가 출발해 따라잡는 방식이다.
매스스타트는 30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하는 게 특징이다.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면 우승이다. 계주는 4명이 한 팀이 돼 순서대로 스키를 시작한다. 사격은 선수마다 5발씩 2번 사격한다. 계주 역시 표적을 맞히지 못한 횟수만큼 벌칙 코스를 달려야 한다. 혼성계주는 여자 2명, 남자 2명으로 구성되며 여→여→남→남 순으로 달린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김주은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