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반체제 시위로 곤욕을 치른 이란 정부가 인터넷 통제 수위를 높인 가운데, 우회 경로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속하는 이란인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란 정부 입장에서는 검열을 강화하려다 오히려 역효과만 보게 된 셈이다.
10일(현지시간) B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각 ‘평범한 이란 시민들이 인터넷 비밀경로에 눈을 돌리는 이유’, ‘수백만 명의 이란인들이 인터넷 검열을 피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BBC는 “시위로 인해 통제는 더욱 강화됐지만, 소용 없는 일”이라며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검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SNS에 접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도 “이란 당국이 광범위하게 일어난 시위를 근절하기 위해 인터넷 통제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지만, 이는 오히려 많은 이들이 검열을 피하는 도구를 사용하도록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28일 시작된 반체제 시위가 확산되자 31일 이란의 ‘국민 메신저 앱’으로 통하는 텔레그램과 사진 공유 앱인 인스타그램을 차단했다. 해당 SNS를 통해 시위 관련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회할 때 사용되는 몇몇 도구들은 정부의 단속 이후 이용자가 3~4배 가량 증가했다. 캐나다에서 개발된 검열 우회 접속 프로그램 사이폰(psiphon) 관계자는 “텔레그램이 막혔을 때 엄청난 유입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달 1일과 2일에는 이란에서 하루 순방문자 수가 300만에서 1,000만명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방법은 프록시, 가상사설망(VPNㆍVirtual Private Network) 등의 우회도구를 이용해 이란 밖에 있는 사용자인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정보를 암호화해 텔레그램 메시지를 일반 이메일인 것처럼 위장하는 식이다. BBC는 “이란 당국도 이런 속임수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기 때문에 검열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란에서는 인구의 절반 이상인 4,700만명이 SNS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2009년 반정부 시위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가 차단됨에 따라 텔레그램과 인스타그램을 적극 이용해왔다. 하지만 이란 정부는 텔레그램을 ‘테러리스트 채널’로 지목한 뒤, 강력히 통제하고 있다. “텔레그램 관리자가 정부 요구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지난달 31일부터 텔레그램와 인스타그램의 공식 접근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