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정치사에서 지금과 같은 원내 5당 체제는 흔치 않다. 통일국민당이나 창조한국당 등이 제3지대에서 독자 생존을 노렸으나 소멸하고 말았다. 2004년 민주노동당을 시작으로 진보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까지 대체로 보수정당과 민주계 정당이 여의도의 양대 축이었다.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이 모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갈라져 나온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보수정당과 민주계 정당이 정치권의 양 날개인 셈이다.
▦ 보수정당 계보는 해방 직후 자유당에서 박정희 정권의 토대였던 민주공화당으로 이어진다. 80년 민주화의 봄에 민주정의당이 바통을 이어받은 뒤 몇 차례 개명이 있었지만 보수의 핵심 가치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예외가 있다면 민정당이 신민주공화당 및 민주계 정당인 통일민주당까지 끌어들여 만든 민주자유당이다. 민주계 인사인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보수정당을 발판으로 대권까지 거머쥐면서 정치권에 ‘크로스오버’를 각인시켰다. 보수대연합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정치는 역시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라는 정당사에 기록될 금언도 남겼다.
▦ 자유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주계 정당은 1987년 민주화 정국에서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갈라지는 적전 분열로 보수정당에 무릎을 꿇었다. 보수도 분당과 합당을 거듭했지만 민주계는 유독 심했다. 자책감에 시달리던 민주계,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 이어 새정치국민회의로 힘을 모은 뒤에야 정권 창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DJP연합이라는 ‘한국판 국공합작’이 재등장한 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로 정권을 이어가던 민주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까지 또다시 분당과 창당을 거듭하는 산고를 겪어야 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정치권 속설도 부각됐다.
▦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을 앞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통합신당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앞선다는 여론조사도 없지 않지만 현재로선 통합 자체가 불투명하다. 통합의 선봉장인 안철수 유승민 대표 모두 뺄셈의 정치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터다. ‘대선 후보는 상당 기간 정치에서 물러나 있는 게 상식’이라는 정치문법을 이미 파기한 두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신당에 성공하면 중도 통합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