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떠난뒤 복귀한 브레이트바트 회장직 사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가 결국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운명마저 집어삼켰다. 우파 언론 브레이트바트는 9일(현지시간) 배넌이 백악관을 떠난 후 복귀한 브레이트바트의 회장직에서 사퇴했다고 전했다.
배넌은 브레이트바트 웹사이트에 공개된 기사를 통해 “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적인 수준의 언론 플랫폼을 조성한 브레이트바트 팀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래리 솔로브 브레이트바트 최고경영자(CEO)도 성명에서 “배넌은 브레이트바트 유산의 가치 있는 일부이며, 그의 공헌에 언제나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P통신은 하루 전까지만 해도 배넌이 현재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주변에 얘기했다며 그의 사퇴가 충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배넌은 백악관 내부 사정을 공개한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자 도널드 주니어의 행동을 ‘반역적’ ‘비애국적’이라고 비판한 발언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면 공격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배넌이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직업을 잃으면서 제정신도 잃었다”라고 비난했고 트위터에서는 “허당(sloppy) 스티브”라는 별명을 붙여 가며 분노를 표출했다.
배넌은 뒤늦게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다며 ‘반역적’이란 표현은 도널드 주니어가 아니라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 선거본부장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백악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백악관은 배넌의 사퇴 소식에 즉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주 브레이트바트가 배넌과 단절하는 것을 “검토하고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가 주독자층인 브레이트바트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난을 받고 절연당한 배넌을 회장직에 내버려 두기 어려웠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배넌은 2012년 브레이트바트에 합류한 이래 미국 내 소위 ‘알트라이트(대안우파)’라 불리는 극우 성향 담론을 신흥 정치세력으로 끌어 올렸다. 이들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중 하나로 주목을 받게 됐고 자연스레 브레이트바트의 위상도 높아졌다. 배넌은 브레이트바트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트럼프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후에는 백악관까지 입성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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