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태효 증거불충분” 불기소
이메일 압수수색 제한 등 한계에
3차례 수사 불구 미제 사건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일으켰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발췌본 보고서 유출 사건이 3차례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스터리로 남게 됐다. 검찰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김태효(51)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을 유출자로 지목, 수사를 벌였지만 법원의 영장 기각 등으로 끝내 사건의 실체와 책임자를 밝히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국가정보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9일 NLL 대화록 유출 사건과 관련, 김 전 기획관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기획관이 유출한 정황을 다수 확보,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했지만 기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MB 정부 시절인 2009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 지시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가운데 일부 내용을 추린 10쪽 분량의 보고서가 작성돼 청와대에 보고됐고, 이를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가 유출한 것으로 발표했다. 위원회는 2012년 12월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부산 지역 대선 지원 유세에서 언급한 회의록 내용이 국정원 발췌본과 거의 일치하고, 2013년 1월 월간조선이 보도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관련 문건에 복사방지용 특수문자가 포함돼 국정원이 청와대에 배포한 보고서와 동일본인 점을 확인했다.
검찰은 ▦대화록 보고서 사본을 김 전 기획관에 전달했다는 청와대 파견관의 진술 ▦해당 보고서와 월간조선에 보도된 보고서가 형식ㆍ내용이 일치하는 점 ▦김 전 기획관이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에도 사무실에 다른 청와대 기밀 문건을 유출ㆍ보관한 점 등을 근거로 김 전 기획관을 의심했다. 하지만 보고서 유출 경로로 파악된 김 전 기획관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법원이 ‘제목만 열람하라’는 제한을 둬 실제 유출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문건을 보도한 월간조선 측도 취재원 보호를 명목으로 문건 입수 경로를 공개하지 않았다.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검찰은 결국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앞서 김무성 의원에게 대화록 내용을 누설한 정문헌 전 의원은 1,000만원 벌금형을 선고 받았고, 김 의원 등 다른 피고발인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이 사건으로 불거진 노무현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고의로 폐기했다는 이른바 ‘사초(史草) 폐기 사건’과 관련해선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지만 무죄를 선고 받았다. 3차례나 수사했지만 결국 검찰은 대화록 유출자를 밝혀내지 못한 셈이다.
한편, 검찰은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청와대 비밀 문건 유출’과 관련한 수사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전문 공개 사건’은 계속 수사할 예정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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