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짧아 스타트가 중요… 9번 커브가 고비
15번 커브선 5g 육박 하중 견뎌야
“세계 어디에도 없는 커브다.”
지난해 3월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겸해 강원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17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스켈레톤 월드컵 8차 대회가 끝난 뒤 9번 커브를 두고 윤성빈(24)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자 랭킹 1위 슈클린 롤링(23ㆍ독일)은 “9번에서 12번까지 매우 힘들었다”며 혀를 내둘렀고 남자 스켈레톤의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34ㆍ라트비아)는 “9번 커브에 거의 모든 게 달렸다”고도 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썰매종목(봅슬레이ㆍ루지ㆍ스켈레톤)이 펼쳐질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는 직선 주로와 총 16개의 커브로 이루어져 있다. 1,376m(봅슬레이ㆍ스켈레톤 기준)에 달하는 코스 중에서도 9번 커브가 승부처로 꼽힌다. 이 곳의 회전각도는 10도 안팎으로 비교적 완만해 썰매의 속도는 시속 100㎞정도로 떨어진다. 직후 10~12번 커브 구간은 직선 주로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미세하게 좌우로 휘어져 있다. 이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9번 커브에서 속도를 줄이면 남은 코스에서 가속도를 얻기가 힘들어지고, 욕심을 내서 속도를 붙이면 컨트롤이 어려워져 벽에 충돌하기 일쑤다. ‘악마의 코스’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9번 커브를 가장 아름답게 통과하는 자가 그 보상으로 금빛 메달을 목에 걸 전망이다.
평균 시속이 100㎞가 넘는 초고속 종목 스켈레톤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팬들은 15번 커브를 주목하는 것이 좋다. 13~15번에 이르기까지 반경 33m에 이르는 대회전 커브 구간을 통과하면서 선수들은 최고 속도를 찍고 최대 5G(중력가속도 하중)에 육박하는 하중을 받게 된다. 이 구간에는 150여명을 수용하는 관중석도 설치됐다. 최고 속도 135㎞, 최대중력가속도 5G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국제연맹규정으로 인해 최고 속도는 134㎞, 최대중력가속도는 4.97G로 맞췄다. 이익주 평창올림픽 봅슬레이ㆍ스켈레톤 종목 담당관은 “공학적으로 135㎞ 이하가 나오게끔 설계됐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선수 기량과 장비의 발전으로 그 이상 속도가 측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스타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강광배(45) 한국체대 교수는 “평창 코스는 다른 코스보다 짧아서 45m에 달하는 스타트 기록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평창 트랙의 길이는 1,376m로 캐나다의 휘슬러(1,450m), 미국 레이크플래시드(1,455m), 독일 알텐베르크(1,413m) 등 보다 짧다. 스타트 기록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윤성빈에게 유리한 대목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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