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1박 2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났다. 칼둔 청장의 짧은 방한이 줄곧 관심을 끈 것은, 그가 UAE의 실질적 통치자인 모하메드 왕세제의 최측근이어서, 지난해 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돌연한 UAE 방문으로 촉발된 여러 의혹을 풀어줄 인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그는 8일 방한 직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데 이어 허창수 GS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주요 재계 및 정부 인사를 만났고 어제는 임 실장과 오찬 후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는 등 뉴스를 몰고 다녔다.
물론 그의 이 같은 발걸음으로 의혹이 청와대의 기대처럼 말끔히 해소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의당이 이명박 정부 시절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대가로 맺은 군사협력의 위법성 등 추가 의혹을 제기했고 자유한국당도 떨떠름한 표정이다. 양측 정부도 약속이나 한 듯 의혹설에 함구한 채 '중동지역 유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등 외교적 수사로만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칼둔 청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양국 관계를 진정한 형제국가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밝혔으며, UAE 방문 초청에 “바라카 원전 1호기 준공 전이라도 이른 시일 내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국은 또 앞으로 외교ㆍ국방 ‘2+2 채널’을 가동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이런 합의는 군사협력 약속을 둘러싼 양국 관계에 틈이 벌어지는 일이 있었고, 그 틈을 메우기 위해 양국 특사가 오갔으며, 그런 노력 덕분에 지금은 갈등이 거의 봉합 내지 해소됐음을 일러준다. 그런 만큼 프랑스와 경쟁한 UAE 원전 수주 과정에서 우리가 내민 카드나 이후 처리 문제를 공개적으로 따지는 일은 피해 마땅하다. 청와대가 군색한 변명으로 의혹을 키운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야겠지만, 외교안보 국익을 정치공세의 볼모로 잡는 우를 더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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