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고 분해” 협상 무효화 촉구

“제대로 협상하지 않고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사죄 받아 준다고 했는데, 우야면 좋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9일 “재협상은 없다”는 내용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 방향을 발표하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는 긴 탄식이 터져 나왔다.
TV로 강 장관을 지켜보던 피해 할머니들은 “억울하고 분하다”라며 현 정부에 대한 배신감마저 내비쳤다. 이옥선(91) 할머니는 “당사자도 모르게 한 위안부 합의는 완전히 잘못됐다”고 무효화를 재차 촉구했다. 다른 이옥선(88) 할머니도 “사는 동안 사죄만 받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할머니는 “(일본은) 철모르던 사람 끌어가 총질, 칼질, 매질해놓고 이제 와서 안 그랬다고 한다. 죽기 전에 사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무효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안산권 나눔의 집 소장은 “피해자 중심이 아니어서 내용과 절차가 다 잘못됐다고 하면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겠다는 건 기만 행위”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한일 정부 간 ‘12ㆍ28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잘못이 있다면 재협상하겠다고 할머니들과 약속해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안 소장은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한 할머니들 의견을 모아 12일쯤 청와대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앞서 강 장관은 7일 나눔의 집을 방문, 할머니들을 미리 면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만남에서 강 장관은 ‘합의 폐기 및 무효화를 주장하는 할머니들의 의견을 알고 있지만 외교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안 소장은 전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은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조건부 환영 의사를 밝혔다. ’2015 한일 합의는 일본군 성노예 문제의 해결이 아님’을 정부 공식 입장으로 선언한 것과 늦게나마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을 원칙으로 세운 걸 이들은 우선 환영했다. 여기에 ▦화해치유재단의 즉각적인 해산 ▦일본 정부를 향한 범죄 사실 인정 및 공식 사죄와 배상을 통한 법적 책임 이행 요구 등을 주문했다.
유명식 기자 gija@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