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응원단ㆍ예술단 등 파견”에
남은 “필요한 편의 보장할 것”
관계 개선위한 각급 회담 개최
남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 제기
오늘 서해 군 통신선 복원
평창 동계올림픽에 매머드급 북한 대표단이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상호 협력에 남북이 합의하면서다. 2년여 만에 성사된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에 이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간 군사당국회담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각급 회담도 뒤따른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끊겼던 남북 간 연락 채널들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복구된 것도 성과다. 다만 북측이 남측의 비핵화 언급에 강한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후속 논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은 9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이런 내용을 반영한 3개 항의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일단 남북은 북측이 평창 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남북은 북측의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 문제와 북측의 평창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열기로 하고 일정은 앞으로 문서 교환 방식으로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개회식 공동 입장 및 남북 공동 문화행사 개최에 대해서도 의견이 접근했다”고 밝혔다.
종목 자체가 적은 데다 북한이 약세인 동계올림픽이어서 하계올림픽보다 선수단 규모는 크지 않을 게 확실한 터라 응원단과 예술단, 참관단 등이 북한 방문단 규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남측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북한이 예술단이나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을 함께 보낸 적은 없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피력한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북한이 최다 인원을 파견했던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당시 인원 650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또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하고, 군사당국회담을 열기로 했다. 아울러 남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다만 우리 측이 제안한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관련 내용은 보도문에 포함되지 않았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여러 분야 접촉 등에 이산가족 상봉도 들어간다”고 했다.
아울러 남북은 “남북 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 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나가기로 했다”면서 남북 고위급 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열기로 했다.
이날 북측은 회담 중 2016년 2월부터 끊겼던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고 남측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측은 10일 오전 8시부터 군 통신 관련 유선 통신을 정상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조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회담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될 수 있었다”며 “남북 관계가 첫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부는 “앞으로 남북 관계 진전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전망은 어둡다. 이날 종결회의에서 리선권 북측 대표단장은 핵무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따른 자위권 차원이어서 남측과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는 북한의 오래된 입장을 반복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ㆍ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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