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저주’ 책 광고 철거 공방전
보수논객 변희재 “대구시의 광고탄압”
대구시 “무관… 법과 원칙대로 엄정대응”
보수단체, 대구시청앞 등서 잇단 시위
대구 지하철(대구도시철도)이 때아닌 정쟁의 주무대로 부상했다. 책 광고 하나 때문이다. 보수논객 변희재씨의 저서 ‘손석희의 저주’ 광고를 게시한 지 1시간(저자 측 주장)만에 철거되면서부터다. 저자 측의 “광고탄압” 주장에 대구시가 “법적 대응” 불사로 맞받아쳤고, 저자 측과 지지자들의 도심규탄집회가 이어지면서 공방전이 가열되고 있다.
발단은 지난 3일 오후 변희재씨가 대표로 있는 인터넷매체가 “‘손석희의 저주’ 대구지하철 광고의 불법삭제” 기사를 통해 대구시에 법적 대응을 선포하면서부터다. 변씨 측은 “자신의 저서 손석희의 저주 광고를 대구시의 압박으로 게시 1시간 만에 내려졌다”며 “권영진 대구시장의 입장을 보고 독자 모임과 함께 낙천 낙선운동 돌입을 결정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대구시가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대한 지도ㆍ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으나 역사 내 광고 설치 승인과 같은 일상적ㆍ통상적 업무는 공사 자체 사무규정에 따라 진행하는 것으로 대구시는 알지도, 관여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또 “특정인이 대구시를 억지로 끌어다 붙여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 법률적 문제를 검토 중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대구도시철도공사도 “반월당역에 광고가 게시된 후 승객들이 웅성거리고 항의가 있다는 역무원의 보고가 있었고, 해당 광고를 관리하는 대행사 측에 관련사실을 전달했을 뿐 광고철거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해당 광고대행사도 “광고 게시 후 논란이 있어 철거했고, 3일 오후 1시에 게시한 뒤 1시간 만에 철거한 것이 아니라 2일 오후 1시부터 3일 오후 1시까지 걸려있었다”고 강조했다. 해당 광고는 당초 5일부터 한 달 동안 300여 만원을 받고 게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일보다 미리 내걸린 셈이다.
하지만 변씨 측은 이번 일을 ‘광고탄압’으로 규정하고 대응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에게 사과ㆍ광고 재개를 촉구하는 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9일 오후에는 지지자 모임을 자처하는 8명이 대구시청 앞에서 광고허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탄핵진실 덮으려는 권영진은 해명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왔다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선관위 측의 지적에 따라 현장에서 권영진 시장의 이름을 지우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어 12일 오후 대구 도심에서 열릴 예정인 보수단체의 ‘박대통령 석방촉구 서명운동’과 13일 오후 ‘태극기집회’에서도 이번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져 대구시와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손석희의 저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탄핵의 기폭제가 된 태플릿PC가 조작됐다는 것 등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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