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고 19%만 기소 의견
예년에 비해 나아진 것 없어
“사건 규명 어려움 많아” 호소만
“부당노동행위 집중감독기간을 갖고 상시 기획 수사를 하겠다.”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부당노동행위 근절대책’ 중 일부입니다. 부당노동행위는 노조 가입이나 활동을 이유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부당한 인사 처분을 내리거나, 노조가입ㆍ탈퇴 등을 고용조건으로 내세우는 등 노조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지방관서에 부당노동행위 전담반을 편성하고 처음으로 수사매뉴얼까지 배포하는 등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노동계도 모처럼 좋은 대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가량이 지난 9일 고용부는 ‘2017년 부당노동행위 사건처리 및 감독 현황’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성적표가 노동계의 기대에 한참 못미칩니다. 지난해 신고사건 617건 중 혐의가 입증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은 단 118건(19.1%)에 불과했습니다. 10건 중 2건 만이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혐의가 불충분하다고 판단된 ‘불기소’ 의견 송치가 349건(56.6%), 진정 취소나 시정명령 이행 등으로 ‘행정 종결’된 건은 150건(24.3%)이었습니다.
과거와 비교해도 별로 나아진 게 없는데요.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전체 673건의 부당노동행위 신고사건 중 134건(19.9%), 2015년 565건 중 114건(20.2%), 2016년 580건 중 110건(19.0%)이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근절대책도 효과는 거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고용부는 사건 규명이 어려워 단번에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는 임금체불처럼 숫자로 딱 떨어지지 않아 근로자에 대한 징계가 비위 등에 따른 정당한 것인지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이 섞여 있는 지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일본 유리제조업체 아사히글라스의 하청업체 해고노동자들은 대구 현장노동청을 방문한 김영주 장관을 찾았습니다. 2015년 5월 노조를 설립한 이들은 원청으로부터 조합원 모집과 집회를 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았고 결국 한달 뒤 170명이 해고됐습니다. 이들은 김 장관에게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린 뒤 고용부가 수사를 미적거렸고 중노위 판정 관련 행정소송에 사측에 패한 뒤 갑자기 최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라며 재수사를 호소했습니다. 여전히 이런 노동자들이 적지 않을 텐데요. 이들의 억울함을 덜 수 있도록 고용부가 좀 더 힘을 내야 할 때입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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