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매출 239조6000억원
경기변동성 큰 반도체가 주도
영업익 증가세 주춤ㆍ전망 불투명
중국 기업 추격ㆍ환율 하락 등 난관
총수 부재로 신규 투자 지연도
삼성전자가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시대를 열었다. 국내 기업 중 최초지만, 기념비적인 실적을 경기변동성이 큰 반도체가 이끌었다는 점은 동시에 불안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과 원달러 환율 하락,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새로운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한다.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매출 66조원에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한 지난해 4분기 경영실적을 9일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신기록 작성이다. 매출은 지난해 3분기 62조500억원보다 6.37%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분기(14조5,300억원)에 비해 3.92% 늘었다. 2016년 4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3.76%, 영업이익은 63.77%나 증가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 급락과 반도체 임직원 특별상여금 지급 등으로 증권가에서 예상한 15조원 후반대 영업이익에는 미치지 못했다.
4분기 실적을 더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매출(239조6,000억원)과 영업이익(53조6,000억원)은 2016년에 비해 각각 18.7%, 83.3% 증가했다. 2014년부터 3년간 200조원에 턱걸이한 연 매출은 종전 최대였던 2013년(228조6,900억원)을 가뿐히 뛰어넘으며 240조원에 근접했다. 10%대 초중반에 머물던 연간 영업이익률(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율)도 22.4%까지 뛰어올랐다. 영업이익률이 50%에 이르는 반도체가 전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렸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4분기에 처음으로 10조원대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34조원 이상이라 전체 이익의 3분의 2를 반도체가 쓸어 담은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 전기대비 42%가 늘어난 삼성전자 영업이익 증가세는 3분기(3.3%)와 4분기(3.9%)에 정체됐고,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지속할 것이란 예측과 하반기부터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도시바메모리와 웨스턴디지털, 인텔 등 기존 업체들과 양쯔 메모리테크놀로지 코퍼레이션(YMTC) 등 새로 뛰어드는 중국 업체들이 막대한 시설투자에 열을 올리는 것도 변수다. 기술력에서 앞선 삼성전자 프리미엄 반도체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워낙 기복이 심한 반도체가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면 올해는 실적이 더 나아지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업이 폭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로서는 부담이다. 세계 최대 고급 가전 시장인 미국에서는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발효가 임박했다. 총수 부재 상황이 계속되며 신규 사업 대규모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인 위험 요소로 꼽힌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 김현석 사장은 2016년 말 인수한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언급하며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이런 인수합병이 필요한데, 부문장이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벅차다”고 토로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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