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 올 북한 방문단 전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회담에서 북한은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 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남쪽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 북한이 선수단과 응원단을 보낸 적은 있지만 예술단이나 참관단, 태권도 시범단 등을 함께 파견한 적은 없다.
북한은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에 650명(선수단 362, 응원단 288명),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에 527명(선수단 221, 응원단 306)을 각각 보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선수단만 273명을 파견했다. 단일 종목 국제대회였던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는 선수단 20명, 응원단 124명 등 144명이 한국을 찾았다.
평창을 찾는 북한의 순수 선수단 숫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참가 자격을 따고도 신청 기한이 지나 무효가 된 피겨스케이팅 페어 외에 쇼트트랙이나 크로스컨트리 등에서 특별출전권(와일드카드) 받아도 선수, 코칭스태프를 합쳐 10~20명 수준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스위스 로잔에 머물고 있는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은 이날 취재진이 평창 선수단 규모를 묻자 “IOC에 물어보라. IOC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동계스포츠 종목 특성상 실내경기인 피겨, 쇼트트랙 등을 제외하면 밖에서의 대규모 응원도 쉽지 않아 응원단 숫자도 예전보다는 적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북한은 예술단과 참관단 등으로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북한판 걸그룹’이라 불리는 모란봉악단과 왕재산악단, 공훈국가합창단이 함께 오면 100명을 훌쩍 넘는다.
태권도 시범단을 보내겠다고 북한이 먼저 제안한 점도 눈에 띈다. 북한 주도로 발전해 온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은 지난 해 6월 전북 무주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 시범 공연을 위해 10년 만에 방한했다.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성사된 남북 체육교류였다. 당시 WTF와 ITF는 같은 해 9월 평양에서 열린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기간 WTF 시범단이 답방을 하고 평창올림픽에서 합동 시범공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WTF 시범단의 평양행은 무산됐고 평창 합동 시범공연도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으로 조성된 화해 무드를 타고 다시 성사될 가능성이 커졌다.
11년 만에 남북 공동 입장이 성사될 지도 관심이다. 남북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까지 9차례 종합대회 개막식 때 나란히 입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1년 차인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부터 중단됐다. 동계올림픽의 공동입장은 2006년 토리노 대회가 유일했다.
과거 공동 입장 때는 남북에서 성별이 다른 한 명씩 기수로 나왔다. 최초 공동입장이었던 시드니올림픽에서는 남한 정은순(여자 농구)과 북한 박정철(남자 유도 감독)이 나란히 한반도기를 들었다.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는 남한 이보라(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북한 한정인(남자 피겨)이 선두에 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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