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김태영 전 국방장관
군사개입 담은 비밀협정 공개
불리한 내용 확인되자 공세 중단
해명 과정서 국익 침해 논란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후 의혹 공세를 이어가던 자유한국당이 머쓱해졌다. UAE 의혹의 실타래가 한국당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풀려 가면서다. 게다가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국익을 침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일 UAE 의혹을 제기하던 한국당은 9일 침묵했다. 이날 애초 원내대책회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열리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최고위원회의가 열려야 할 전날(8일)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오늘은 따로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설명했으나, 당 차원에서 한 발 뺀 것으로 해석되는 결정이다. UAE 의혹 관련 주장도 수위가 낮아졌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사에서 청년 신년인사회를 마친 뒤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한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이후 청와대를 비롯한 임 실장이 국민들에게 의혹을 해소할 차례”라고 언급한 게 사실상 전부다.
이런 한국당의 침묵은 UAE 의혹이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김 원내대표의 취임 후 첫 작품인 UAE 의혹은 애초 적폐청산 기조를 강조한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MB) 정부의 잘못을 들추려다 UAE와의 관계를 악화시켰다는 구도로 짜였다. 시작은 좋았다. 청와대 해명이 의혹을 증폭시키며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한국당은 국정조사 카드로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나 이후 한국당의 주장과는 달리 오히려 한국당에 불리한 내용들이 확인되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MB 정부의)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오늘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그 내막을 다 밝혔다”며 “UAE 하고 2009년 11월에 자기가 서명한 협정이 있다. 거기에 우리가 군사동맹국끼리나 체결하는 UAE의 유사시 자동개입 조항까지 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당시 정부가) 국회 눈을 피하기 위해서 양해각서(MOU)로 수준을 낮추되, 내용은 다 담았다”며 “완전히 국내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한국당은 MB 측이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아 삽질을 했다”고 꼬집었다.
UAE 의혹을 매듭지어야 할 한국당은 해명 과정에서도 논란을 야기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한 인터뷰에서 “UAE가 한국하고만 국회 동의 없이 협정을 맺었다고 하면 문제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다른 나라와도 비슷한 군사협정을 맺었다"며 "한국 정부와 UAE 간에만 비밀스럽게 해서는 안 될 뒷거래 방식의 협약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는 “외교 기밀을 공개하지 않아온 UAE에게 동맹국까지 거론하며 새로운 주장을 한 것은 오히려 UAE와의 관계를 어렵게 해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