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있는 사립도서관인 세이카도(靜嘉堂)문고에 기존에 알려졌던 90∼100종보다 훨씬 많은 한국의 고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서지학 연구자인 옥영정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2016~2017년 2년에 걸쳐 진행한 세이카도문고 실태조사 결과 639종, 총 3,467책에 이르는 한국의 고전적이 소장돼 있다고 9일 밝혔다.
세이카도문고는 일본 미쓰비시 기업의 2대 총수였던 이와사키 야노스케(1851~1908)와 그의 아들인 아와사키 고야타(1879~1945)가 수집한 물품을 기반으로 세워진 도서관이다. 20만여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어 동아시아 서지학 연구의 ‘보고’로 불린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롭게 알려진 책 중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16세기 서적이 많다. 중종 39년(1544) 왕이 영의정 노수신(1515~1590)에게 하사했던 활자본 ‘주자어류’를 비롯해, ‘본초강목’이 나오기 전까지 동아시아에서 널리 유통된 약물학 서적인 ‘중수정화경사증류비용본초’ 완질본 등이다. 특히 ‘중수정화경사증류비용본초’는 국내에는 국립중앙도서관, 간송문고, 가천박물관(1책 보물 1716호) 등에 일부가 소장돼 있으나 완질본은 없는 상황이다. 세이카도문고에서 이 책은 중국 서적으로 분류돼 있었으나 조사단이 중국과 도서 목록을 모두 검토해 발견해냈다.
또 조선 정조의 시문집 ‘홍재전서’ 100책 완질이 세이카도문고에 소장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발견된 ‘홍재전서’는 100책이 모두 금속활자 교정본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금속활자 교정본은 최종 간행 전 사용한 책으로, 완성본이 발간되면 해체해 종이를 재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100책에 달하는 교정본이 완질로 전하는 것은 최초로, 이는 책 출간에 앞서 세심한 교정 과정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조선후기 야사 총서인 ‘대동패림’, 18세기 초에 제작된 지도집 ‘여지편람’, 국내에서 보물로 지정된 책과 동일 판본인 ‘묘법연화경’ 등도 일본 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세이카도문고 한국 고전적의 사진과 유물에 대한 설명이 담긴 목록집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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