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서울 강서구 빌딩 철거 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버스를 덮쳐 두 명이 사망한 사고 당시 철거업체가 비용 절감을 위해 구청에 사전에 신고한 것과 다른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크레인기사와 철거업체 현장소장 등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크레인 기사 강모(41)씨와 철거업체 현장소장 김모(41)씨, 시공사 현장총괄소장 전모(57)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9일 밝혔다. 강씨 등은 콘크리트 부자재가 쌓인 약한 지반에 이동식 크레인을 설치해 철거작업을 진행하다 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또 경찰은 5일 구청에 신고된 것과 다른 철거공법을 진행할 것을 승인한 의혹을 받는 철거업체 이사 서모(41)씨와 감리단장 정모(56)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철거업체는 구청에 ‘일반압쇄공법’으로 철거하겠다고 신고했지만 사고 전날 ‘장비양중공법’으로 공법을 바꿔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소장 김씨가 공사 책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일반압쇄공법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며 장비양중공법으로 바꿔 진행할 것을 제안하자 철거업체 이사 서씨가 승인, 시공사 현장소장 전씨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압쇄공법은 폐자재를 쌓아 올리면서 아래에서 위로 철거하는 방식으로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장비양중공법은 굴삭기를 크레인으로 건물 꼭대기에 올린 후 부수며 내려오는 방식으로 굴삭기가 추락할 우려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철거공법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크레인을 약한 지반에 올리거나 굴삭기를 높이 올릴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본 공사 시작을 위한 착공계를 구청에 제출한 상태에서 철거를 서두르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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