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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이라 나오-이상화(오른쪽)./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후지산이 무너집니다.”
1997년 9월 28일, 송재익(76) 당시 SBS 캐스터가 신문선(60) 명지대 교수와 함께 1998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한일전 승리를 전하면서 외친 주옥 같은 멘트다. 0-1로 뒤지던 한국은 후반 38분 서정원(48)의 헤딩골과 종료 직전 이민성(45)의 왼발 슛으로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른바 '도쿄대첩'이다.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한일전 명승부가 펼쳐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연패 도전’ 이상화 vs ‘현 최강’ 고다이라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 나서는 이상화(29ㆍ스포츠토토)와 고다이라 나오(32ㆍ일본)의 대결은 가장 주목을 받는 한일전이다. 500m 세계기록(36초36ㆍ2013년)을 보유한 이상화는 이번 대회에서 3연패에 도전한다. 그에게 500m 24연승을 달리고 있는 고다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다.
제갈성렬(48) S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은 9일 통화에서 “기록상으로는 고다이라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심리적인 면을 본다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짚었다. 이어 “고다이라는 동계올림픽에서 입상한 적이 없다. 큰 기대감이 자칫 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실수가 나올 수 있다”며 “반면 이상화는 마음을 비운 채 단점을 보완해왔다. 안방 경기라 부담이 될 수 있겠지만 2연패를 한데다, 지금은 쫓는 자의 입장이라 고다이라보다는 여유가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는 “2010년 벤쿠버 대회 때 이상화가 예니 볼프(39ㆍ독일)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이 거의 없었다. 그때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김보름, 일본 다카기 자매 협공 주의해야”
매스스타트의 김보름(25ㆍ강원도청)은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종합랭킹에서 1위에 오르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는 다카기 나나(26)-다카기 미호(24ㆍ이상 일본) 자매와 불꽃 튀는 경쟁을 앞두고 있다.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김보름은 쇼트트랙 선수 출신으로 매스스타트에도 최적화된 기량을 갖추고 있다. 급 코너를 돌 수 있는 곡선 주로 테크닉을 보유하고 있고, 쇼트트랙에서 추구되는 경기 조율, 상대 활용, 임기응변 능력, 스피드와 지구력 등도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카기 자매를 비롯한 타국 선수들은 김보름을 타깃으로 잡고 협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전략적인 대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메달 획득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조언했다.
◇차준환 vs 하뉴 유즈루, 한일전 겸 오서 제자 대결
하뉴 유즈루(24ㆍ일본)는 발목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될 경우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 0순위다. 그는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112.72점), 프리스케이팅(223.20점), 총점(330.43점)까지 세계 기록을 보유 중이다. 국내 대표 선발전에서 역전극을 쓴 차준환(17ㆍ휘문고)은 이번 대회에서 하뉴와 연기 대결을 벌인다. 둘은 브라이언 오서(57ㆍ캐나다) 코치의 제자들이기도 하다.
차준환은 평창행을 확정한 후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서 모든 걸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쿼드러플 점프가 장기다. 방상아(52) SBS 피겨해설위원은 ”평창 대회에서 ‘톱10’에 들 만한 실력을 지녔으며 최대 5~6위권까지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약체’ 한국, 일본 상대로 아이스하키판 우생순?
단체전도 있다. 세계랭킹 22위인 한국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다음 달 14일 평창 동계올림픽 조별리그 3차전에서 일본(9위)과 맞붙는다. 한국은 예선에서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과 B조에 속했다.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은 개최국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서 첫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국내에는 여자아이스하키팀이 전무하다. 국내 정식 여자아이스하키팀은 대표팀이 유일하다.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사상 최초로 중국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평창에서 ‘아이스하키판 우생순’을 꿈꾼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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