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어기본법이 만들어지면서 표준어를 쓰는 것이 법으로 정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국어기본법에서 어문규범에 따라 글을 써야 한다고 정한 조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어기본법 제14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쓸 때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여기서 언급한 ‘어문규범’에는 ‘표준어 규정’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공문서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문서’에 한정되어 있다. 공문서는 국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국가 정책을 담고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공문서가 특정 지역어(사투리)로 작성되어 있다면 이를 이해하는 국민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 사이에 불평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표준어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는 말에 대해 기준이 되는 형태를 정하여 표준어로 삼고 이를 공교육에서 가르침으로써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게 하려는 것이다. 방송에서 표준어를 주로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방송을 통해 전달되는 많은 정보를 모든 국민이 차별없이 이해할 수 있게 하려 함이다. 그러나 사적인 대화나 지역 특화 프로그램 등에서 지역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역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친근하고 효과적일 수도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어로 된 교육 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학교에서 활용하고 있는데, 이는 학생들이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처럼 표준어와 지역어는 각각 나름의 의미와 효용이 있으며, 둘 다 소중한 ‘우리말’이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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