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기간에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담아 투표 참여를 독려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투표 참여를 권유할 때 현수막ㆍ인쇄물을 사용하거나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반대하는 내용을 담지 못하게 한 공직선거법 제58조 2조항은 선거운동 시작 전이나 선거 당일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홍모(49)씨는 20대 총선을 앞둔 2016년 4월 10일 서울 광진구 왕십리역 근처에서 “기억하자 4ㆍ16 투표하자 4ㆍ13” “세월호 조사를 방해하는 당에는 1표도 아깝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거나 세워두는 방식으로 투표 참여를 독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투표 참여 독려 행위로 선거의 공정과 평온이라는 이익이 침해됐더라도 그 정도가 매우 경미하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위 조항을 문헌 그대로 해석해 홍씨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일 사흘 전에 특정 정당을 반대하는 내용으로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게시물을 게시한 건 법 위반이 명백하다는 것이다. 2심은 홍씨에게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취지를 볼 때 홍씨 행동이 허용된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투표 참여 권유 행위는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선거기간 개시일 전이나 선거일만 금지되고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허용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투표 참여 권유 행위를 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선거운동 기간 중에도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ㆍ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투표 참여 권유 행위가 금지된다고 본다면, 이는 선거운동 자체를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고 다른 선거법 조항과 모순되는 결론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런 취지로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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