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불꽃놀이와 함께 뿌려져
바람 타고 위례신도시까지 퍼져
인근 경비원ㆍ미화원 수거 진땀
8일 눈 내려 상당 부분 해소 전망
“물에 녹는다는데 비는 안 오고, 치우면 어디선가 또 날아와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시영아파트 경비원 이모(70)씨는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8일에도 아파트 단지 내에 널린 종이조각들과 씨름 중이다. 1일 오전 0시쯤 이곳과 약 4㎞ 떨어진 123층 높이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새해맞이 불꽃놀이와 함께 뿌려진 종이 꽃가루들이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날아들기 때문. 아파트 경비원 10여명이 새해 첫날부터 ‘꽃가루 폭탄’을 치우기 시작했지만, 매일 아파트 옥상이나 인근 야산에서 새로 날아들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게 이곳 경비원들 얘기다. 이곳 주민 서모(50)씨는 “새해부터 뜻하지 않은 골칫거리를 만났다”고 했다.
행사 당일 고도 200~300m로 추정되는 롯데월드타워 23층과 59층 높이에서 2.5톤 가량 뿌려진 종이조각은 강한 남서풍을 타고 가락동과 문정동 외에도 7~8㎞ 밖인 장지동, 위례신도시까지 퍼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월드타워를 둘러싸고 있는 석촌호수 주변에 떨어져 녹아 없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롯데 측도 예상 밖의 사태 전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종이 꽃가루가 물에 잘 녹고, 인체나 환경에 무해한 친환경소재(미국 아쿠아졸사의 ‘디스트로이 잇’)로 만들어졌지만, 그간 날씨조차 외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용 시기에 다소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최정훈 한양대 화학과 교수는 “종이 꽃가루가 녹말 성분과 비슷해 인체나 환경에 큰 해는 없지만, 물에 닿았을 때 바로 녹진 않는다”며 “대기가 건조하고 비보다는 눈이 많이 내리는 한겨울에 사용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다.
이 행사를 준비한 롯데물산 측도 1주일 내내 종이 꽃가루와의 전쟁을 치르느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임직원을 포함해 1300명이 밤낮으로 종이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치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새해부터 주민이나 환경미화원, 경비원 분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스럽다”고 머리를 숙였다. 롯데 측은 8일 저녁 내린 비ㆍ눈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사진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