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 위기 해법은 일자리 창출
지진 난 포항 방문 후 수능 연기 건의
그냥 뒀으면 국가가 할 일 방기
‘공무원 증원 수조원 소요’ 근거 없어
경찰ㆍ소방관 현장 인력 충원 절실
5일 정부서울청사 장관 집무실에서 만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터뷰 내내 ‘지역’과 ‘주민’이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말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포항지진과 제천화재 등 지역 재난사고 발생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특히 포항지진 이후 수험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를 처음 건의하기도 했다. 그는 3월 예정된 ‘일자리 박람회’를 언급하면서도 “지역 일자리 창출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의 궁극적 처방과 치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재난현장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발 빠르게 방문했다. 인상적이라는 의견과 굳이 현장까지 가야 하는지 등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
“재난 대응 매뉴얼을 보면 재난대비와 1차적인 대응책임 모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는 게 맞다. 그러나 지난해 포항지진이나 제천화재는 지자체 홀로 감당하기에는 엄청난 일이었다. 중앙정부가 광역지자체가 현장에 가서 일이 잘 진행되도록 갈래를 터줄 필요가 있다.”
-포항 지진 당시 현장 방문 직후 수능 연기를 결정했다.
“당시 현장에 가보니 학생들이 여진이 두려워 집에는 못 들어가고, 차 안에 쭈그리고 앉아 다음날 수능시험 준비를 하고 있더라. 이걸 그냥 두면 학생들 심정에서는 ‘아 불운을 당하면 그냥 개인이 견뎌야 하는 거구나. 국가는 해주는 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당시 경북도교육감과 회의하고 있던 학교장 선생님들, 학교 운영위원장들 등도 분명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현장 방문한 장관으로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수능 연기 필요성을 논의했다.”
-지방분권의 전제인 재정분권을 둘러싸고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는 중앙정부 과제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재정을 이양하기가 어렵다는 논리고, 행안부는 지금까지 국가운영 방식, 즉 중앙정부가 모든 걸 리드하고 지자체에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지자체에 권한을 줘야 한다는 논리다. (재정자립도 향상 없이) 제도적인 분권만 도입하면 오히려 재정격차는 더 벌어진다. 결국 재정분권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이 동시에 이뤄지게 하자는 취지다.”
-공무원 증원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 재정 마련 문제 등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전체 재정지출의 8% 선에서 인건비를 맞추고 있어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수 조원을 퍼준다는 등의 얘기는 근거 없다. 또 정부가 충원하려는 공무원들은 경찰과 소방 등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현장인력들이다. 현장 공무원 인력 충원 수준이 정원에 비해 부족한 실정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2023년이면 의무경찰제도가 폐지되는데, 누군가는 그들이 맡았던 업무를 채워야 한다.”
-지난달 국회 재난안전특위에서 “북한의 공격 등 유사시 대비훈련이 국민들의 오해와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미국의 선제타격 시 예상되는 북한의 보복공격에 대한 정부대책을 질문했다. 내 발언의 취지는 정부는 비상대비계획을 갖고 있으나, 북한의 핵 공격을 상정한 정부의 대응과 훈련은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에 따른 파장이 큰 사항이므로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의미였다. 일부 언론에서 ‘행안부 장관이 핵 대비 훈련자체가 불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한 것은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취지 자체를 오해한 것이다.”
-행안부와 한국일보가 올해 3월8일부터 일자리박람회를 개최한다.
“지방분권이 실현되면 결국 주민의 삶은 각자가 사는 각 지역에서 이뤄진다. 또 주민들을 정착시키는 가장 큰 힘은 일자리다. 결국 ‘지역사회 내에 어떤 일자리를 만들어서 그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참여 의욕을 높일 것인가’가 지자체의 가장 큰 고민이고 역할이다. 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방분권도 추진하는 것이다. 결국 지역일자리야말로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한국일보가 지자체 평가를 진행하는 만큼, 행안부와 한국일보가 손을 맞잡고 지자체의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보자는 취지다. 모쪼록 이번 박람회가 지역 일자리 창출에 큰 역할을 하고 지방분권 성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제대로 준비하겠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잊을만하면 대구시장 출마설이 돈다.
“이미 안 나간다고 했는데 왜 자꾸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웃음) 지방선거는 대충 잡아도 2만명에 가까운 후보가 뛰는 선거다. 물론 관리감독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하겠지만, 중앙부처 중에서 공정선거 환경조사를 지원하는 업무는 행안부 장관의 일이다. 심판을 뛰다가 판이 좋아졌다고 갑자기 선수로 뛰는 건 있을 수 없다.”
한창만 지역사회부장 cmhan@hankookilbo.com
정리=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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