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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수업, 영어는 안 되고 중국어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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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수업, 영어는 안 되고 중국어는 된다?

입력
2018.01.08 21: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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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외국어 규제 대상서 빠져

사립 초등교들 프로그램 개편

영어 대신 코딩 수업하기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S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송모(36)씨는 지난해 말 학교로부터 방과후 수업에 중국어와 코딩 수업을 한 시간씩 늘리고 창의수학 과목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통지를 받았다. 초등학교 1, 2학년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조치로 학교측이 마련한 대체 프로그램인 셈이다. 송씨는 “아이가 지난해에도 중국어 수업을 좋아해서 시간이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지만 영어 수업이 사라지는데 중국어는 유지된다는 게 잘 이해가 안 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후 영어 수업 규제의 틈을 비집고 제2외국어, 코딩 등이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떠오르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방과후 영어 수업 비중이 높았던 사립 초등학교들은 중국어를 비롯한 제2 외국어, 코딩, 수학 등의 수업을 신설하거나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방과 후 학교를 속속 개편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소재 H초등학교는 1학년과 2학년 방과후수업에 코딩과 중국어를 각 1시간씩 신규 편성하기로 했고 강남구 소재 J초등학교는 영어 대신 창의력 수학 과목을 2시간 배정했다. 서울 중구 S초등학교는 2학년 진학 예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대신 코딩 수업을 개설했는데 수요조사 결과 정원이 가득 차 일부 학생들은 다른 과목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아직 프로그램을 확정하지 못한 국공립 초등학교도 곧 비슷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는 안 되지만 중국어가 가능한 건 선행학습금지법의 ‘빈틈’이다. 초등학교 3학년 정규교과에 편성된 영어는 1, 2학년에게는 선행학습 금지의 대상이지만, 중국어 등 제2외국어는 초등학교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아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중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편성되는 코딩 수업 역시 초등학생들에게는 선행학습 금지 대상이 아니다.

초등 1, 2학년들 사이에서 방과 후 수업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영어가 배제되자 학부모들이 아예 방과 후 수업을 외면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 방과후 영어 프로그램 참여 학생 중 1, 2학년 학생 비중이 41.8%에 달한다. 이 수요가 고스란히 학원 등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김모(40)씨는 “방과후 수업에서 괜히 불필요한 과목을 듣느니 차라리 학원에 보내 필요한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학원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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