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회담이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남북 당국이 회담장에 마주앉는 것은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 이후 25개월 만이다. 그러나 당시 회담이 이산가족 상봉과 개성공단 연계 문제로 결렬된 것을 감안하면 이명박 정권 출범 이래 계속된 9년여의 냉각기를 깨는 본격적 해빙의 자리로 평가할 만하다. 그런 만큼 남북 간에 밀린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8일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논의에 집중하겠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산가족 문제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도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의 말대로 이번 회담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최우선 의제이지만, 어렵게 잡힌 대화 기회인 만큼 올림픽 참가와 같은 일회성 성과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다양한 현안을 폭넓게 논의하는 회담으로 자리매김해 안정적이고 정례적인 남북 간 소통의 첫걸음으로 삼을 수 있길 바란다.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이고 긴장완화 조치가 하나 둘 이행된다면 최대 현안인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회담을 “큰 시작”이라고 기대를 표하면서 “올림픽을 넘어 협력하기를 바란다”고 한 것도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는 뜻일 게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합의에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 본다. 문제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7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과 군사분계선에서의 우발충돌 방지 등을 위한 군사회담을 제안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수차례의 탄도미사일 도발로 상황은 악화했지만, 이런 때일수록 남북 간 긴장완화는 더욱 절실한 과제다. 북한은 올림픽 참가와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조치로 한미훈련 중단이나 미국 전략자산 전개 중지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를 거론할 수도 있다. 이는 북핵 문제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그리고 한미동맹과 얽힌 것들이어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여지가 작다. 우리가 남북대화에 응하면서도 북한 제의의 저의에 대해 반신반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에 조급함이나 과속을 경계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그래서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과도한 의욕을 보이다가 자칫 북핵 공조를 흩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비핵화까지를 포함한 큰 틀에서 참을성 있게 대화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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