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기 임기 시작 후 EU 정상과 첫 회담
리더십 공백 국제무대 ‘조정자’ 역할 기대감
새해 들어 국제무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가’가 심상치 않다.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너도나도 유럽연합(EU) 대표주자로 그를 꼽고 프랑스와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EU 내 위상이 낮아지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연립정부 구성 문제로 안방에서 골머리를 썩는 사이, 지난해 5월 대선 승리로 혜성같이 등장한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의 맹주’로 급부상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사회가 ‘리더십 공백’ 상태에 처한 가운데, 2018년 지구촌에서 벌어질 파워 게임 속에서 그가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게 될지 주목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ㆍAF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마크롱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한반도 현안과 이란 시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백악관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마크롱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강조하려는 취지였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두 정상은 또, 지난해 말 시작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이란 정권이 국민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해외 테러 지원에 국가의 재산을 사용한 점을 알려주는 신호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기도 했다.
명확한 설명은 없었지만, 이번 전화 회담은 결국 미국의 대북ㆍ대이란 정책과 관련해 프랑스 측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데 목적이 있었던 셈이다. 특히 새해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과 나눈 공식적인 전화 통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예루살렘 수도 선언 등을 비판해 온 마크롱 대통령을 미국이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프랑스를 향한 중국의 손짓도 예사롭지 않다. 8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9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시 주석이 작년 10월 공산당대회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에 EU 정상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여름부터 계획됐던 메이 총리의 방중은 반복해서 연기됐다가 1월 말로 일정이 잡혔다”면서 “(유럽을 향한) 베이징의 시선이 영국에서 프랑스로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을 프랑스, 나아가 EU와의 동반관계를 두텁게 하는 계기로 삼을 공산이 크다. 중국의 통상ㆍ세력확장 비전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ㆍ해상 실크로드)’를 프랑스 정부로부터 인정받는 게 시 주석의 목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랑스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바르텔레미 쿠르몽 선임연구원은 가디언에 “프랑스가 정치적으로 유럽을 대표한다는 게 중국의 속마음”이라며 “마크롱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해 무엇을 말하느냐, 곧 일대일로에 대한 유럽의 인정 여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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