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부터? 하나도 안 낳는데…”
영등포ㆍ종로ㆍ중구 올해부터 지급
서초구, 첫 아이 임신 땐 5만원 선물 등
자녀 수와 상관 없는 지원 확산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모(32)씨는 첫 아이를 낳고 복직 전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를 돌봐 주기로 한 친정 부모님이 아파 믿고 맡길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혹시 몰라 대기를 걸어 뒀던 국공립 어린이집은 여전히 100번대. 어린이집에 문의 전화를 하니 “동네에 어린이집이 부족한 데다 아이 둘 이상인 집이 많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아이 하나도 못 키워서 절절매는데 둘을 어떻게 낳겠냐”며 “그나마 몇 있는 지원책들도 애 둘 이상인 집에나 해당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둘째부터’라는 저출산 대책 공식을 깨고 첫째 아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영등포구, 종로구, 중구가 기존 둘째부터 출산장려금을 주던 방침을 바꿔 첫째부터 지급한다. 둘은커녕 하나도 안 낳는 초저출산 시대임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장려금을 받는 가구가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렇게 되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첫째부터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자치구는 기존 4개 구(강동구, 마포구, 용산구, 서대문구)에서 7개구로 늘어난다.
우선 종로구는 7월부터 첫째 아이를 낳으면 30만원을 준다. 또 기존 둘째의 출산장려금 50만원은 100만원으로, 셋째의 장려금 100만원은 150만원으로 높였다. 종로구에서 태어난 둘째 아이가 만 2년 만에 289명(2015년 말)에서 지난해 말 183명으로 100명 가량 급감한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하나도 안 낳는데 ‘둘 이상’이라는 조건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출산장려금이 출산율을 높이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으면 구가 책임지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시 출산율은 0.94명으로 광역자치단체 중 전국 꼴찌, 종로구는 한 해 출생 인구가 846명(2016년)으로 시 25개 자치구 중 가장 적다.
영등포구와 중구도 올 1월 1일 이후 태어난 첫째 아이들에게 각각 10만원, 2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원한다. 둘째 이상 자녀의 출산장려금도 대폭 늘렸다. 영등포구는 둘째와 셋째 지원금을 각각 50만원, 300만원으로, 중구는 각각 100만원, 200만원으로 확대했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경기 시흥과 포천, 충남 홍성, 전남 화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올해부터 둘째부터라는 공식을 깨고 첫째 아이로 출산장려금 문턱을 낮췄다.
일부 지자체는 첫째에게 출산장려금 대신 육아용품을 지원하기로 했다. 서초구는 올 상반기부터 첫 아이를 임신한 구민이 동주민센터에 임신확인서를 제출하면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준다. 서울시는 올 7월부터 자녀 수와 상관 없이 모든 출산가정에 기저귀, 방수요 등 육아용품을 담은 10만원 상당의 ‘마더박스’를 제공한다.
고제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의 저출산 대책이나 보육 정책은 그 대상 조건이 ‘다자녀’ 혹은 ‘저소득층’처럼 지나치게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며 “아이를 가진 가정이라면 누구나 체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원을 해야 정책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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