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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도자 이름값 안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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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지도자 이름값 안 본다”

입력
2018.01.08 16: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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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무명 선수서 홍콩의 히딩크로

각급 대표 사령탑 선임 변화 예고

김판곤 초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판곤 초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8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 경력이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판곤(49) 대한축구협회 초대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의 취임 일성이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는 지난 해 말 대한축구협회가 조직 개편을 하며 신설한 기구다. 김 위원장은 올림픽이나 국가대표 사령탑을 뽑는 위원회의 수장인 동시에 한국 축구의 장기적 로드맵을 짜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그의 취임과 함께 앞으로 각급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 기준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사실 한국 축구에서는 선수 시절 ‘이름값’이 평생을 따라다닌다. 지도자 선정에도 큰 영향을 끼쳐왔다. 하지만 김판곤 위원장은 그 자신부터가 철저한 ‘무명 선수’ 출신이다.

그는 “선수시절 아무 인연도 없던 홍명보 (축구협회) 전무가 지난 해 11월 제안을 해 고민 끝에 수락했다”고 밝혔다. 홍 전무는 김 위원장과 달리 한국 최고 스타플레이어였다. 1969년생 김 위원장은 신태용 국가대표 감독과는 동기지만 둘 역시도 별로 친분이 없다. 한국 프로축구가 낳은 전설 중 하나인 신 감독과 달리 김 위원장은 프로경력도 보잘것없었기 때문이다. 한 축구인은 “김판곤 위원장이 측면 수비수였는데 기술 좋은 신 감독에게 매번 당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도자로 변신해 외국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히 쌓았다. 그는 2009년 아시아의 변방인 홍콩대표팀을 맡아 2010년 동아시안컵 4강,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16강 등의 성적을 내 홍콩 팬들로부터 ‘홍콩의 히딩크’라 불렸다. 2012년부터는 홍콩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겸임하며 홍콩 축구의 백년대계를 주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도자를 찾을 때 선수 경험이 좋다는 건 큰 장점이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아니다. 팀을 맡아 어떤 수행 능력을 보였는지, 또 결과가 좋다 해도 그게 단지 뛰어난 선수 덕인지 아니면 지도자 능력인지 두루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의 한국행을 가족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도 털어놨다. 실력보다 이름값을 중시하는 한국 축구의 현실을 가족들이 더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이름도 없고 빛도 못 보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꿈꾸는 젊은 지도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 자리를 맡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도 ‘제2의 김판곤’ 같은 지도자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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