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은 언제나 환희가 넘친다. 지난 배움의 시간을 칭찬하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자리다.
지난달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도 한 졸업식이 열렸다. 하지만 꽃다발 대신 강아지 장난감, 강아지 간식들이 대거 등장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새 폭발물 탐지견들이 약 4개월의 맹훈련을 마치고 졸업한 것. 이날 CIA는 ‘K9’(Canineㆍ개를 뜻하는 영어 형용사)로 불리는 폭발물 탐지견에 새로 임명된 래브라도 리트리버 5마리에게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 과정을 통과했다는 의미로 졸업장을 수여했다.
CIA 훈련소를 졸업하고 올해부터 현장에서 활약하게 될 주인공은 프레야와 인디고, 하이드, 니콜, 해리다. 다섯 견공은 지난해 7월 발탁됐다. CIA는 장애인 도우미견 양성소로 유명한 펜실베니아주 서스쿼해나 센터에서 생후 1년 6개월~2년여 사이의 리트리버 6마리를 선발했다. CIA 훈련사 앤디는 탐지견 후보로 가장 필요한 요소를 “주체하지 못할 만큼 넘쳐 흐르는 에너지”라고 꼽으며 “이런 특성은 주로 (호기심과 욕구에 대한) 칭찬, 보상을 활용한 우리의 훈련에 매우 중요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선발된 6마리의 견공은 이후 16주간 주 7일, 매일 3번의 훈련을 거쳤다. 첫 주에는 ‘부스’라고 불리는 격리 공간에서의 냄새 구분 훈련을 받았다. 2주차부터 보다 넓은 시설에서 다양한 냄새를 각인해 폭발물 냄새를 특정하는 연습까지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았다.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훈련 과정을 세세히 공개한 CIA는 “우리 사이에선 폭발물 냄새를 ‘뜨거운 것(hots)’으로 부르는데 이를 찾으면 바로 앉도록 연습했다”며 “최종적으로 K9 탐지견들은 2만여가지 폭발성 혼합물을 탐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긴 훈련 끝에 이날 최종 ‘K9 요원’으로 ‘취업’한 탐지견은 5마리다. 미국 ‘주류ㆍ담배ㆍ폭발물 관리국’(ATF)과 경찰견연합회(USPCA)가 주관하는 시험을 모두 통과했다. 여섯 중 중도 하차한 루루와, 파트너 훈련사 사정으로 수업을 중단한 수니는 졸업에 실패했지만, 대신 루루의 친구이자 생후 12개월의 가장 어린 해리는 중도 합류에도 불구하고 속성 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이들 탐지견은 전세계 CIA 현장에서 향후 6~8년간 일반 시민과 인간 요원들의 안전을 지키는 활동을 할 예정이다.
한편 졸업식과 함께 일생을 K9 탐지견으로 활동한 루시, 오스몬드, 기어스의 은퇴식도 열렸다. 루시 등은 CIA 요원 소속 가정에 입양될 예정인데, ‘명예의 발톱’이라는 비영리법인의 도움으로 은퇴 후에도 현역시절의 의료 및 동물복지 혜택을 누리게 된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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