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소방 당국의 인명구조 활동에 상당한 혼선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소방청 합동조사단이 6일 유족들에게 밝힌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화재 직후 2층 여자 목욕탕에서 119상황실로 오후 3시59분과 4시2분, 4시9분 등 세 차례 구조요청 전화가 걸려왔다. 한 여성은 3시59분 “2층 사우나…사우나, 빨리 와, 다 죽어, 숨 못 쉬어, 창문 열어, 대피할 데가 없어”라며 구조를 간절히 요청했다. 그런데 오후 4시2분부터 18분 동안 상황실과 현장구조대 간 무전교신이 제대로 안됐다. 대신 상황실 관계자는 오후 4시4분과 6분, 휴대전화로 2층의 위급 상황을 현장 지휘부에 전파했으나 막상 구조대원들은 2층에 다수의 사람이 갇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실제 현장 구조대장은 “2층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알았다면 더 많은 인력을 요청하고, 재차 진입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구조대 3명이 2층 여탕 외벽 유리를 깨고 진입을 시도한 건 화재 발생 45분이 지나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뒤인 오후 4시 38분이었다. 그때는 2층 여탕에서만 18명이 숨지는 등 이미 20명이 희생된 뒤였다. 반면 3층 남탕 이용객들은 화재 후 7분 만에 무사히 빠져 나왔다. 구조요청 직후 2층 상황이 현장 구조대에 제대로 전달만 됐어도 어이없는 떼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유족들은 “상황 전파 등 초기 대응 부실과 늑장 구조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한다. 합동조사반도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화재 상황을 전달받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장 구조대원에게 신속히 전파해야 하는데, 무선통신 대신 휴대전화를 사용하면서 현장에서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인력과 장비 부족 등 중소도시 소방 당국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허술한 소방 안전점검, 비상통로 등 건물 구조조차 몰라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허비한 과실까지 덮을 수는 없다. 경찰은 현장 지휘부가 20명의 희생자가 나온 2층 위급 상황을 신속히 전파하고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했는지, 초기 대응과 현장 상황 판단이 적절했는지 등 소방 당국의 실책을 철저히 가려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