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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하려 칠십 언저리에 연 식당, 어느새 맛집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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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극복하려 칠십 언저리에 연 식당, 어느새 맛집 됐네요

입력
2018.01.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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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우순자(70)대표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우순자할매옛날김치찜'을 차리게 된 사연을 밝히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집에 있으려니 우울해서 못 살겠더라고요. 밖으로 나왔죠. 난생 처음 식당을 시작했어요.”

우순자(70)씨는 우울한 기분을 떨치려고 일흔을 3년 앞둔 즈음에 가게를 열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소위 망하는 자리에 세를 얻었다. 월세가 인근 지역보다 1/3 정도 싸다는 이야기에 덜컥 계약을 해버렸던 거였다. 이전 주인은 울산에서 맛집으로 이름으로 날리던 식당을 경영했지만 결국 백기를 들고 문을 닫았다. 다시 울산으로 돌아갔다. 사정을 알고 난 뒤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면 될 거란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하루 종일 손을 움직였어요. 장사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몸을 움직일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란 생각으로 일했죠.”

처음 6달은 파리만 날렸지만 서서히 단골이 생겼다. 특히 인근 대학교 교수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어느새 3년, 단골이 새로운 손님을 데리고 오면서 알짜 맛집으로 자리 잡았다. 테이블 12개에 월매출 2,000만 원을 찍은 적도 있다. 큰 식당에 비교하면 작은 매출이지만 김치찜 1인분 6,000원에 혼자 운영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었다. 게다가 ‘무조건 망한다’고 소문난 가게 터에 이룬 성공기였다.

맛의 핵심은 김치 숙성 과정이다. 가게에서 숙성을 시킨다. 숙성된 김치를 받아서 쓰는 식당이 대부분이지만 숙성 김치는 아삭한 식감이 없다. 거기다 밑반찬 하나라도 제철 재료를 써서 정성껏 만들어 내놓는다.

그가 식당일에 온 정성을 쏟은 데는 사연이 있었다. 식당을 열던 해, 외아들을 잃었다. 사고였다. 신앙이 깊었지만 신앙에만 의지하기에는 상심이 너무 컸다. 손발을 움직여야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손님들에게 “어머님이 해주시는 음식 같다”는 말을 들으면 저절로 광대가 승천했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대의 손님이 오면 저도 모르게 손이 커졌다. 가끔 일을 도우러 온 딸에게 “우리 아들도 살았으면 저렇게 맛나게 밥을 먹을 텐데”하고 혼잣말을 던질 때도 있었다. 아들에게 밥상을 차려내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지금은 손님이 많고 적고를 떠나 하루 종일 할 일이 있고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는 ‘아들들’이 있어서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밥집 아주머니다.

/그림 2우순자 대표가 '우순자할매옛날김치찜'의 주력 메뉴인 묵은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김치찜 집을 성공시키면서 새로운 꿈이 하나 생겼다. 국수집을 여는 것이다. 장사하듯 봉사하듯,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과 음식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애당초 돈엔 큰 관심이 없었어요. 하루 종일 손발 움직일 수 있고,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들이 행복해하면 그걸로 됐어요. 국수집을 열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이웃 어르신들에게 무료 점심을 대접하고 싶어요. 식당 덕에 살았으니까, 이젠 저도 주변에 베풀면서 살아야지요.”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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