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수행에 정신상태 부적합” 지적에
트럼프 “난 매우 안정된 천재” 폭풍 트윗
미 언론 집중포화… 스스로 공격 빌미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신 건강 문제가 새해 벽두부터 미 워싱턴 정가 화두로 떠올랐다. ‘트럼프 백악관’의 1년을 파헤친 마이클 울프가 최근 출간된 저서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와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상태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한지 주변 참모들이 의문을 표하고 있다”고 주장한 탓이다. 여기에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직접 “나는 매우 안정적인 천재”라면서 맞대응을 시작, 그의 정신 건강을 둘러싼 논란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정신 상태와 지적 수준을 과시하는 폭풍 트윗을 날렸다. 그는 우선 “1년간의 고강도 조사로 이제 러시아와의 공모는 총체적인 거짓말이라는 게 드러났다. 민주당원들과 그들의 애완견인 가짜 뉴스ㆍ주류 언론들은 오래된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던) 로널드 레이건 각본을 들고 (나의) 정신적 안정과 지능 문제에 대해 악을 쓰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사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자산 두 가지는 정신적 안정과 진정 똑똑하다는 점”이라며 “사기꾼 힐러리 클린턴 또한 매우 열심히 이 카드들을 썼지만, 모두가 알 듯 불길에 사라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매우 성공한 사업가에서 최고의 TV 스타, 그리고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미국 대통령에 올랐다. 이건 똑똑한 정도가 아니라 천재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안정된 천재!”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지난 2일 북한을 겨냥한 “나의 핵 버튼은 더 크고 강력하다”는 호전적 트윗으로 ‘미 대통령으로서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더해 울프의 저서로 또 다시 정신건강 관련 공격을 받자 매우 적극적으로 자기 방어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이런 ‘반박 트윗’은 오히려 정신건강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대통령 심리 상태에 대한 오래된 논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수정헌법 25조 4항은 대통령이 심각한 신체적ㆍ정신적 장애가 있으면 부통령과 각료들이 ‘대통령 직무정지’ 선언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미 민주당은 대통령의 정신 감정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
CNN 방송은 이날 “트럼프의 비밀 전략은 ‘전략이 없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는 거대 담론(meta-narrative)이 없고, 오로지 반응만 한다”면서 “‘매우 안정된 존재’라는 트윗은 그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비꼬았다. 평소 비판적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폄하해 주요 매체들과 관계가 좋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공격 포인트를 제공해 버렸다는 얘기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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