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현장 무전통신 먹통
유족들 “초기대응 엄정 수사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 당시 ‘2층 여성사우나에 사람이 많다’는 신고가 구조대에 제대로 전달이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족들은 “화재현장의 정보 공유에 구멍이 뚫렸던 것”이라며 소방당국의 초기 대응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7일 소방합동조사단과 제천소방서에 따르면 화재 당일 충북도소방본부 상황실은 무전 연락이 제대로 안되자 오후 4시 4분과 6분 두 차례 휴대전화로 현장에 있는 화재조사관에게 “2층에 사람이 많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알렸다. 화재조사관은 곧 바로 현장 지휘팀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그러나 지휘팀장은 이 내용을 구조대장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합동조사단 조사에서 드러났다.
제천소방서 구조대 관계자는 6일 유족과의 간담회에서 “당시 오후 4시 16분쯤 비상계단 쪽으로 2층 진입을 시도했지만 화염 때문에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어 지하실로 내려갔다. 이 때까지 2층에 사람이 많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이를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원을 요청해 2층 재진입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 구조대원들이 2층에 진입하라고 현장 지휘관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것은 소방 상황실이 연락한 지 29분이 지난 오후 4시 33분쯤이었다.
이에 대해 이일 충북소방본부장은 “상황실과 현장이 120㎞나 떨어져 있는데다 현장 대원들이 소지한 무전기가 성능이 낮은 아날로그 방식이라 제 때 정보공유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보공유가 제한적으로 이뤄진 점은 아쉽지만 당시 상황에선 도저히 2층에 진입할 수 없었다”며 “물을 뿌려주면서 구조대의 2층 진입을 지원할 인력이 없었고 3층 외벽과 8층 테라스에서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하고 있어 그 곳에 먼저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족대책위원회는 “상황실로 들어온 신고 내용이 제 때 현장에 전파됐더라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한 유족은 “오후 4시 16분 2층에 있던 희생자와 통화를 한 유족도 있다”며 “현장의 중요한 정보가 왜 제대로 전달이 안됐는지 명확하게 조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