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 지역 북동부를 강타하고 있는 살인적인 한파로 동물들도 추위에 꽁꽁 얼어버리는 등 극한의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 북부 지역의 경우 섭씨 영하 50도까지 기록할 정도의 추위에 강한 바람까지 동반한 ‘겨울 폭풍’으로 피해가 계속되는 가운데 각종 동물의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파가 플로리다에까지 영향을 미쳐 30년 만에 이 지역에 눈까지 내렸다. 사람들이야 옷을 입으면 되지만, 그럴 수 없는 이 지역 동물 이구아나들이 언 채 발견되고 있다. 섭씨 10도 이하만 되어도 움직임이 느려지는 열대 동물인 이구아나가 느닷없이 찾아온 영하권 추위에 아예 냉동 상태로 변해, 서식지인 나무에서 속속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구아나는 영상 4도 이하로 내려가면 몸이 굳어 버리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시 살아나긴 하지만, 수은주가 더 내려가면 끝내 동사한다.
최근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바다거북들도 뻣뻣하게 굳은 채 플로리다 해안가로 떠내려오고 있어 구조 작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미 북동부 매사추세스주의 한 해변에서 얼어붙은 상어가 발견됐고, 청설모가 나무에 매달린 채 얼어있는 영상도 인터넷 사이트에서 나돌고 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연못 위에 있던 백조가 연못이 얼면서 갇혔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추위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펭귄도 이번에는 영향을 받았다. 새해 첫날 캐나다 앨버타주의 캘거리 동물원이 야외에서 사육하던 킹펭귄 10마리를 실내로 대피시켰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남극에 사는 킹펭귄은 다른 펭귄 종보다도 강추위에 더 익숙하지만, 기온이 영하 30도 아래까지 떨어지고 체감기온이 영하 40도에 달하자 동물원 측이 긴급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와 함께 집 밖에서 개를 키우다 동사하는 일이 잇따르자, 당국이 반려동물을 추위에 방치할 경우 주인을 동물학대죄로 기소하겠다는 경고까지 냈다. 오하이주 당국은 최근 “기온이 낮은 상황에서 개를 옥외에 설치된 개 집에 방치했다가 개가 동사할 경우 주인을 동물 학대로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이지애나주 당국도 “반려동물을 바깥에 두는 주인들은 동물 학대의 중죄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코네티컷주 경찰은 집 밖의 개 집에 방치했다가 반려견을 죽게 만든 50대 여성을 이웃 주민 신고로 찾아내 기소하기도 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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