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1주년 앞두고
에미넘·유투 등 세계적 음악가
민주주의 재건 희망하는 앨범 내
“그를 묻을 시간이니 그에게 탄핵당할 준비를 하라고 말하라.” 미국 유명 래퍼 에미넘은 신곡 ’라이크 홈’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작정하고 비판한다. 이 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앵무새처럼 ‘폭스 뉴스’를 반복’하고 ‘증오를 떨칠 탈출구로 트위터에 머무’는 ‘얼간이’로 묘사된다. 에미넘은 미국 대통령을 2차 세계대전의 주범인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하며 그를 폭군으로 몰아붙인다. 반이민정책과 백인우월주의 행보로 미국의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암적인 존재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꼰 것이다.
에미넘이 최근 낸 새 앨범 ‘리바이벌’엔 ‘트럼프가’를 향한 서슬 퍼런 풍자들이 수두룩하다. 앨범을 트럼프 취임 1주년 직전에 내 에미넘이 트럼프를 향해 띄운 편지라 느껴질 정도다.
에미넘은 ‘트럼프 저격수’로 유명하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랩 영상 ‘캠페인 스피치’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를 ‘예측 불가능한 폭탄’이라 비판했고, 지난해 10월엔 또 다른 랩 영상 ‘더 스톰’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해 파문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을 2차 세계대전 당시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자살공격을 한 일본군 특공대 ‘가미카제’에 비유해서다.
에미넘에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핵 갈등과 세계 핵 위협의 원흉이다. 에미넘은 또 다른 신곡 ‘오펜디드’에서도 “내 펜은 미사일 발사기”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과 이란에 대한 선제 공격 발언 등을 꼬집는다.
독설로 유명한 래퍼는 새 앨범 재킷 사진으로 성조기를 쓴 뒤 앨범 제목으로 ‘리버이벌’을 달았다. 애국을 앞세운 미국 제일주의를 선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장이다. 에미넘은 저항의 록스타처럼 미국인들에게 변화를 촉구하며 부활을 꿈꾼다. “그가 없어야, 우리의 땅이 자랑스러울 수 있다. 모두 일어나 시작하자!”(노래 ‘라이크 홈’ 중)
오는 20일(미국 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앞두고 해외 유명 음악인들이 최근 잇따라 미국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앨범을 내놓고 있다. 진보주의적 성향이 강한 음악인들이 보수 정부와 반목해 온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트럼프 정부에 대한 비판과 미국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유독 매섭다.
전쟁 반대와 인종 차별 금지에 앞서왔던 아일랜드 출신 유명 록 밴드 U2도 지난달 낸 14집 ‘송즈 오브 익스피어리언스’에서 “미국의 영혼을 찾으라”(‘아메리칸 솔’)고 외쳤다. 더 나아가 “자유의 얼굴에 금이 가고 있다”(‘겟 아웃 오브 유어 오운 웨이’)며 “불이 꺼지면 몸을 던지라”(‘더 블랙 아웃’)는 역설적 표현으로 미국 민주주의 재건이 절박함을 노래했다.
이 앨범은 U2가 지난해 “트럼프의 백악관 입성에 따라 우리의 메시지를 재검토하기 위해 새 앨범 발매를 보류했다”며 1년 여 발매를 미룬 뒤 낸 신작이다. 애초 U2는 자전적 얘기를 담아 이 앨범을 팀 결성 40주년 기념 앨범으로 꾸리려 했으나 “세계가 달라졌다”며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담긴 앨범으로 콘셉트를 바꿨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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