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도 합헌서 위헌으로 바뀌지 않았나”
양심적 병역거부 낙태 이슈 앞두고 주목
‘세월호 보충의견’ ‘헤어롤’ 등 언급도
1월에도 평의… 주요 사건 심리 박차
이진성(62)헌법재판소장이 “헌법은 불변이 아니고, 사회 변화를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 소장은 지난 5일 오후 출입기자단과의 서울 인왕산 산행 및 만찬에서 “헌법이 바뀌면 새 헌법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한다”며 “헌법이라는 것이 항상 불변은 아니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양심적 병역거부와 낙태죄 등 논쟁이 활발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헌재의 기존 판단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 예로 간통죄를 들었다. 이 소장은 “간통죄가 예전에는 합헌이다가 지금은 위헌이 됐다”며 “사회 현실을 반영한 헌법이 생기면 그것을 반영한 결정이 바로 나온다”고 했다. 다만 개헌에 대해 이 소장은 “아직은 논의를 시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뒷이야기도 언급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박 전 대통령이 성실하게 직책을 수행할 의무를 져버렸다고 보충의견을 낸 이 소장은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김규현 전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대통령이 (참사 당일) 오전에 너무 바빠서 확인을 못했다’는 식으로 증언했는데 그것이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인정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이정미(57) 전 재판관이 선고 당일에 머리에 헤어롤을 한 채로 헌재로 출근해 화재가 됐던 일에 대해서도 “이 전 재판관 자녀들이 전화해서 ‘엄마 왜 그랬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 전 재판관이 창피하다고 하더라. 얼마나 일에 집중했으면 몰랐겠나”라면서 웃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했느냐는 질문에는 “소장이 된 뒤 너무 바빠 영화를 본 적이 없다”고 답한 이 소장은 “원래 상과대를 가려 했고, 법을 전공할 생각이 없었는데 10월 유신 때 동급생 7명이 유인물 배포 혐의로 체포돼 고초를 겪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최근 헌재가 주요 사건 심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 소장은 “지난 4일에도 재판관 전원 회의인 평의를 진행했다”며 “원래 1월에는 평의를 하지 않지만, 9월에 5명의 재판관이 나가는 만큼 시간이 있을 때 일을 해두자고 해서 평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소장을 비롯해 김이수ㆍ강일원ㆍ안창호ㆍ김창종 등 5명의 헌법재판관 임기는 오는 9월19일 종료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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