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룩소르에서 열기구 타던 한국인 60대 여성 이륙 도중 팔 타박상
5일 같은 장소에서 남아공 여행객 등 13명 사상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도 열기구 사고 잦아
최근 13명의 사상자를 낸 이집트 열기구에서 한국인 1명도 한 달 전 팔을 다쳐 현지에서 치료를 받았다.
기자가 지난달 11일 오전 7시(현지시각)쯤 이집트 남부의 고대도시 룩소르에서 열기구를 타던 도중 경북 예천에서 온 60대 한국인 여성이 이륙 직후 “악”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았다. 당시 여행가이드는 “이륙시 자리에 앉으시라”고 주문했으나 이를 제대로 듣지 못한 여성이 바깥 풍경을 보기 위해 서 있다 빠른 속도로 솟구치는 도중 바로 옆 열기구 공기주머니에 부딪혀 팔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다.
이 여성은 통증을 호소하다 다음날인 12일 홍해의 휴양도시 후루가다에서 병원을 찾아 29만원을 내고 치료를 받았다. 치료비는 귀국후 여행자보험으로 돌려받았다.
열기구 탑승 당시 바람은 불지 않았으나 수백명의 여행객이 20여기의 열기구를 타기 위해 몰리면서 20명 정도가 정원인 열기구에 40명 가까이이 타야 했다. 또 열기구로 룩소르 왕가의 계곡을 비행하던 중 땅에는 불시착한 열기구도 눈에 띄었다. 가이드는 “안전사고가 잦기 때문에 강풍이 불거나 날씨가 나쁘면 열기구 탑승은 자주 취소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날도 열기구 이륙이 쉽지 않았다. 배와 미니버스로 나일강 서편 왕가의 계곡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6시20분쯤. 캄캄한 땅에는 벌써 열기구 10여기에 대형 선풍기로 바람을 주입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20∼30분쯤 지나 풍선이 조금 모양을 갖추자 버너로 화염을 쏘기 시작했다. 화염방사기와 다름없었다.
인근 열기구에는 풍선이 하늘로 자리잡고 비스듬히 누워있던 대형 바구니도 바로 서면서 여행객들이 하나 둘 올라탔다. 수십명의 이집트 숙련공들이 바구니를 잡고 있다 손을 놓자마자 트럭에 묶어놓은 밧줄도 풀리면서 열기구는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았다.
한국인 여행객이 탈 예정인 열기구도 2, 3차례 공기주머니가 부풀어 올랐다 꺼졌다를 반복한 후 이륙 준비를 마쳤다. 바구니는 중간 조종석을 중심으로 양쪽이 각각 4개의 칸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한 칸에 2, 3명이 적정한데도 4, 5명이 올라타면서 꼼짝하기조차 힘들었다.
한편 지난 5일 룩소르에는 450m 정도 상공에서 열기구가 강풍으로 추락해 남아공화국 남성 1명이 숨지고 호주인과 프랑스인 등 12명이 다쳤다.
2013년 2월에도 룩소르에서 열기구가 화재와 폭발로 추락해 외국인 여행객 19명이 숨졌고, 2016년 8월에는 열기구가 불시착하면서 중국인 관광객 22명이 다쳤다.
열기구 투어의 명소인 터키 카파도키아에서도 사고 소식이 잦다. 지난해 3월14일 카파도키아에서는 한국인과 중국인, 유럽 관광객이 탄 열기구 3기가 강풍으로 비상 착륙하다 한국인 3명 등 40명이 다쳤다. 다음달인 4월9일에도 열기구가 강풍에 밀려 전깃줄에 부딪혀 프랑스인 1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쳤다.
여행사에 따르면 이집트 한국인 단체관광은 2014년 2월 시나이반도 버스 폭탄테러로 한국인 3명이 숨진 후 뚝 끊겼으나 공교롭게도 모스크 테러로 300여명이 사망한 지난해 11월 3년9개월 만에 여행이 재개됐다.
룩소르(이집트)=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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