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거는 그 시대 민주주의의 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선거를 홍보하는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5대 대선부터 19대 대선까지의 선거 홍보 포스터에는 ‘새나라 건설’부터 ‘아름다운 투표’까지 시대의 얼굴이 녹아난 문구과 배경이 등장했다.
처음으로 선거 포스터가 등장한 건 1963년 5대 대선이다. 이 때 포스터는 만화형이 대세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때라 손으로 그린 듯한 그림체가 눈길을 끈다. 5대 대선 슬로건은 ‘빠짐없이 투표하여 이룩하자 복지사회!’, ‘한 표 찍고 함께 뭉쳐 새나라 이룩하자’였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직전이라 포스터에는 쌀을 추수하는 농민의 모습이 담겨있다. 투표소에 줄 선 사람들 중에는 한복에 갓을 쓴 유권자의 모습도 보인다.
1967년 6대 대선과 1971년 7대 대선 포스터는 단출했다. 3선 개헌과 유신 전야 속에 치러진 선거들은 단순한 메시지, 추상적 기호들이 주를 이뤘다. 6대 대선 슬로건은 ‘깨끗한 마음, 깨끗한 투표’였고 배경도 파란색에 흰색 비둘기가 날갯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6대 대선에서 당선된 박정희 대통령이 3선 개헌을 밀어붙인 후 실시한 7대 대선 포스터는 더 단조로웠다. 단지 대선일과 ‘투표’라고 적인 용지를 내민 손만 새겨져 있다.
1972년 유신 독재 이후 대선 포스터는 아예 사라졌다. 그 뒤 1981년, 10년 만에 다시 등장한 12대 대선 포스터엔 ‘수임 받은 국민의사 올바르게 나타내자’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간접 선거였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실시된 13대 대선 포스터부터는 컬러 포스터 시대다. 포스터 종류도 기존의 1~2개에 그치지 않고 14대에서는 5개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포스터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투표가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도 담기기 시작했다. ‘바른선거가 밝은 사회를 만듭니다’(13대), ‘깨끗한 한 표-나라사랑의 소중한 마음입니다’(14대), ‘깨끗한 선거 한마당 나부터 시작합니다’(15대) 등 슬로건에도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더 무게를 두는 흐름이 생겼다.
2002년 16대 대선에 들어선, 선거의 의미에 ‘축제’, ‘민주주의 정신’을 반영했다. 16대 대선 포스터는 ‘국민 대축제, 대통령 선거!’라는 문구 아래 춤을 추는 듯한 인물 모형이 등장했다. 17대 대선 포스터도 역동적인 태극 배경 앞으로 ‘당신의 선택이 대한민국을 만듭니다’라는 슬로건이 나왔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18대 대선에는 QR코드도 등장한다. 휴대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중앙선관위 사이트로 연결된다. 19대 대선에는 모델로 연예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배우 장나라, 가수 김연우 등 유권자들과 친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투표를 독려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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