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민 장관, 이통사 CEO 회동
“KT, 국내 필수설비 70% 보유
5G 상용화 위해 많이 도와줘야”
내년 3월 세계 최초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를 앞둔 정부가 중복투자를 막기 위한 통신 3사 필수설비 공유를 유도하고 나섰다. 그간 설비 공유를 주장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미소를 짓지만 필수설비 대부분을 보유한 KT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다만 통신 필수설비 공유가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데다 KT 황창규 회장도 “국가적으로 5G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혀 조만간 설비 공유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인 KT 황 회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과 5G 민관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유 장관이 통신 3사 CEO들을 동시에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과기정통부 장관을 따져도 통신 3사 CEO들이 모두 참석한 간담회는 최문기 장관 시절인 2014년 3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유 장관은 5G용 주파수 조기 할당 계획을 밝히며 5G망 공동 구축 활성화를 요청했다. 유 장관은 “성공적인 5G 상용화를 위해 당초 계획보다 1년을 앞당겨 주파수를 할당하고 5G용 주파수에 적합한 주파수 할당 대가(代價) 산정기준을 5월쯤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필수설비 공유에 대해선 “통신 3사가 공동으로 투자해 국민들의 통신비 경감으로 연결되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황 회장을 향해 “KT가 필수설비 공유에 많이 도와줘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주파수 조기 할당은 통신사들이 꾸준히 건의한 사안이라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지만 5G 필수설비 공유에 대해서는 미묘하게 입장이 엇갈렸다. 권 부회장은 “5G는 단말기나 장비 부담이 큰데 이런 부담이 사용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협업으로 해결해야 할 거 같다”고 답했고 황 회장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적정한 대가가 뒤따르도록 사업자 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 필수설비는 전주(전봇대)와 광케이블, 관로 등 전기통신사업에 필요한 시설을 말한다. 과거 공기업이었던 KT는 국내 통신 필수설비의 70% 이상을 보유했고 과기정통부 고시 등에 따라 사용료를 받고 다른 사업자들에게 일부를 개방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서울 강남 같은 곳은 비용이 많이 들어 별도로 공사를 해도 설비를 설치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라 공유가 꼭 필요하다”며 “공유 수준과 사용대가 등이 결정돼야 설비 공유를 통한 사업비 절감 규모를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 장관과 통신 3사 CEO들은 '제로 레이팅'으로 소비자와 통신사업자 부담을 덜어 주는 안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제로 레이팅은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사와 제휴해 콘텐츠 이용자의 데이터 요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해주는 제도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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