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신년 시무식. 1, 2군 전 선수단과 구단 임직원이 모두 참가해 새 시즌 선전을 다짐하는 연례 행사지만 올해엔 특별한 주인공들이 있었다. 불혹의 나이에 주장 완장을 찬 박용택(39)과 코치로 데뷔한 이병규(44) 등 반가운 LG의 레전드들 사이로 3년 전까지 ‘옆집’에 있던 한 선수가 살짝 긴장한 듯하면서도 환한 미소로 얼굴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돌아와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외야수 최고액인 4년 115억원에 LG의 줄무늬 유니폼으로 바꿔 입은 김현수(30)는 이날이 LG맨으로서의 첫 공식 석상이었다. 입단 기자회견 때만 해도 만감이 교차해 어두운 표정을 지었던 김현수는 이날 시종일관 LG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마치 오랜 기간 몸 담았던 팀처럼 금세 녹아 들었다. 김현수는 시무식 후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이 원래 있던 사람처럼 대해줬다”고 웃으며 “오늘 선수들을 많이 보니 실감이 난다. 입단식 때는 왜 울었는지 모르겠다"고 머쓱해했다.
가볍게 던진 말이 국내 복귀 당시 화살로 돌아온 상황에 솔직한 심경도 털어놨다. 김현수는 지난 2년간 미국프로야구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에서 뛰면서 메이저리그 무대를 경험했다. 그는 두산을 떠나 미국에 건너갈 당시 "한국에 돌아오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KBO리그 컴백을 하면서 이 발언이 재조명됐다. 김현수는 "그때는 겁이 없었다"면서 "일이 너무 잘 풀리다 보니 경솔했다. 미국으로 간다는 기쁨에 생각 없이 떠든 것 같다. 생각이 짧았다. 말 조심해야 한다"라고 반성했다.
김현수는 또 “(미국에서)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운동을 빨리 시작하고 싶었다"면서도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는 힘만 열심히 길렀는데 미국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체력과 몸을 만드는 데 수월해질 것 같다"고 벤치를 지킨 날들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음을 밝혔다.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김현수는 “타격코치님도 계시고 (박)용택이 형도 있다. 나는 같이 보고 배우고 서로 상의하는 입장이 될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마지막으로 “올해뿐 아니라 언제든 가을야구는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LG는 이날 김현수와 한솥밥을 먹었던 볼티모어 출신의 우완투수 타일러 윌슨(29)과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