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최측근 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의 신랄한 내부비판이 담긴 신간 발표로 굴욕 당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저서에서 자신을 ‘저격’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법정 공방을 준비하는 동시에 출판사에는 출판 금지를 요구했다.
4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언론인 마이클 울프의 저서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에 기여한 배넌이 자신의 활동 기반인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 회장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래리 솔로브 브레이트바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배넌을 해고하라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CNN에 말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의 거액 후원자들이 주주로 있는 브레이트바트 이사회가 배넌의 거취를 논의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팀은 배넌에게 서한을 보내 명예 훼손 및 선거 캠프에 관한 비밀준수 약속 위배 사실을 알리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앞서 3일 미리 공개된 이 책 발췌본에는 2016년 6월 트럼프 타워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러시아 측 변호사와의 회동 사실을 배넌이 “반역”,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한 내용이 포함됐다.
트럼프 측은 ‘화염과 분노’의 출간 금지도 추진 중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팀은 신간 출판사인 ‘헨리홀트 앤 컴퍼니’에 서한을 보내 출판 및 공개, 배포 금지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출판사 측은 백악관의 출판 중지 요구를 일축하며 당초 9일로 예정됐던 판매 개시일을 5일 오전 9시로 앞당겼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백악관이 출판사와 언론인에 대해 법적 수단으로 통제를 시도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관심도를 보여주듯 워싱턴에서는 서점 문이 열리기도 전에 구매 대기줄이 생기는 풍경이 연출됐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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