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과연 인간의 언어를 100% 이해할 수 있을까? 인간의 언어는 과연 가장 이상적이고 최적화된 모습일까? 최근 페이스북의 인공 지능 연구소에서 챗봇(채팅로봇)이 협상과정 중에 원래 입력된 인간의 언어가 아닌,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챗봇만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목격되었다. 관계자들은 이 상황이 인지된 즉시 시스템을 꺼버렸다고 한다. 결국 컴퓨터가 인간 언어를 사용하면서 더 최적화되고 효율적인 형태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하버드 대학의 언어학자였던 조지 K. 지프는 언어 사용을 포함 모든 인간의 행동은 ‘최소 노력의 원칙 (Principle of Least Effort)’으로 설명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효용성에 의해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말에는 한계가 없다. 같은 상황에 있더라도 우리는 똑같이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언어는 기가 막히게 창의적이다. 또 한편으로 이 최소 노력의 원칙이 모든 언어 사용자의 뇌에 무의식적으로 늘 잠재해 있다. 우리는 가끔씩 아무렇게나 말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특별히 의도하지 않고서는 늘 상대방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어순과 억양에 자신의 말을 싣는다. 한 마디로 인간의 언어는 최적화되고 효율적인 모습을 스스로 찾아간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최적화되고 효율적인 형태들은 시간이 지나도 살아 남고, 그렇지 않은 형태들은 사라지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서로의 언어를 큰 문제 없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문맥 이해의 능력이다. 언어는 단지 방금 한 말을 기준으로 의미를 얻지 않는다. 하나의 의미가 선택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들이 매우 빠른 속도로 동시 다발적으로 처리된다. 과거에 컴퓨터는 이러한 문맥 판단의 능력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컴퓨터는 빅데이터와 같은 방대한 자료의 힘을 덧입어 인간처럼 스마트하고, 정밀한 문맥 분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구글 번역을 신뢰하는 학자들이 별로 없었으나, 요즘은 판도가 많이 바뀌었다.
인간의 언어 사용에 있어서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효율성과 최적화만이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언어 사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비효율적인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예를 들면, 짧게 말할 수 있는 것을 길게 말하기도 하고, 돌려 말하기도 한다. 한 번만 말하면 되는 것을 협상의 과정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이 형성될 때까지 여러 번 말하기도 한다. 이런 것은 챗봇의 관점에서 볼 때 이해할 수가 없다. 왜 인간들은 같은 말을 또 하고 또 하고, 길게 하고, 돌려 하고 하는 지 결코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컴퓨터의 언어가 인간 언어를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것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와 공감의 부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아니고서는 컴퓨터의 언어는 결코 인간의 언어 같이 될 수가 없다.
숨을 쉬면서 공기의 소중함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하듯, 대화와 소통의 일상에서 언어의 소중함에 대해서 우리는 잘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 언어가 할 수 있는 기능이 서로의 원하는 것을 얻는 도구적인 기능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나아가 사회적으로 신뢰와 공감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에 대해 절감하고 변화하고자 하는 것이 불통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은 케어 옥스퍼드대 한국학ㆍ언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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