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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간부들 움직인 수사관 남몰래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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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간부들 움직인 수사관 남몰래 선행

입력
2018.01.05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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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인천지검 마약 수사관

20여년 보육시설 봉사 알려져

文총장 등 성금 300만원 보태

이재형 수사관이 2016년 겨울 충북 충주시 오은사에서 경운기에 땔감을 싣고 있다. 사진 오은사 제공
이재형 수사관이 2016년 겨울 충북 충주시 오은사에서 경운기에 땔감을 싣고 있다. 사진 오은사 제공

검찰 수사관이 20여년간 미혼모 아동 보육시설에서 매월 봉사하고 후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재형(47) 인천지검 마약수사과 수사관은 1996년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충북 충주시 오은사를 처음 찾았다. 학원에도 다녔지만 절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이들의 뛰어 노는 소리, 주지인 자혜스님과의 교류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어서 절에 자주 갔다. 97년엔 한 달간 이 절에서 공부했다. 오은사에는 미혼모 아동 보육시설 ‘자혜원’이 있었고, 그는 이곳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다.

이 수사관은 1999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로도 매월 2~3차례 절을 찾아 자혜원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 수사관은 자신의 용돈을 10만원으로 줄이고 남은 돈으로 절과 보육시설에 필요한 물품을 사갔다. 자혜원에 월 20만~30만원을 전달하면서도 “어려운 시절 저에게 위로를 준 또 다른 가족이기에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한 것이어서 후원 금액을 헤아려보지 않았으나 매년 300만~400만원 정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지난 성탄 연휴에도 자혜원에 머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92년 ‘오은샛별원’으로 출발한 자혜원은 처음엔 아이들 돌보는 일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자혜스님은 “아동과 그 부모 신원이 확실해야 입양을 보낼 수 있는데 미혼모 아동들은 부모의 신원 파악이 어려워 절에서 돌보자는 생각에 아이들을 받기 시작했다”며 “5, 6명밖에 안돼 남 모르게 하려 했는데 2004년경부터는 신고하고 키우지 않으면 처벌한다 해서 외부에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문무일 총장과 대검 간부들도 선행에 동참했다. 문 총장은 지난달 월례 간부회의에서 이 수사관의 20년 봉사활동을 격려했고, 간부들과 성금 300만원을 모아 낡은 싱크대를 교체해줬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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