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 인천지검 마약 수사관
20여년 보육시설 봉사 알려져
文총장 등 성금 300만원 보태
검찰 수사관이 20여년간 미혼모 아동 보육시설에서 매월 봉사하고 후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재형(47) 인천지검 마약수사과 수사관은 1996년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기 위해 충북 충주시 오은사를 처음 찾았다. 학원에도 다녔지만 절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이들의 뛰어 노는 소리, 주지인 자혜스님과의 교류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어서 절에 자주 갔다. 97년엔 한 달간 이 절에서 공부했다. 오은사에는 미혼모 아동 보육시설 ‘자혜원’이 있었고, 그는 이곳 아이들과 친하게 지냈다.
이 수사관은 1999년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뒤로도 매월 2~3차례 절을 찾아 자혜원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 수사관은 자신의 용돈을 10만원으로 줄이고 남은 돈으로 절과 보육시설에 필요한 물품을 사갔다. 자혜원에 월 20만~30만원을 전달하면서도 “어려운 시절 저에게 위로를 준 또 다른 가족이기에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한 것이어서 후원 금액을 헤아려보지 않았으나 매년 300만~400만원 정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수사관은 지난 성탄 연휴에도 자혜원에 머물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냈다.
92년 ‘오은샛별원’으로 출발한 자혜원은 처음엔 아이들 돌보는 일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자혜스님은 “아동과 그 부모 신원이 확실해야 입양을 보낼 수 있는데 미혼모 아동들은 부모의 신원 파악이 어려워 절에서 돌보자는 생각에 아이들을 받기 시작했다”며 “5, 6명밖에 안돼 남 모르게 하려 했는데 2004년경부터는 신고하고 키우지 않으면 처벌한다 해서 외부에도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이 같은 선행이 알려지면서 문무일 총장과 대검 간부들도 선행에 동참했다. 문 총장은 지난달 월례 간부회의에서 이 수사관의 20년 봉사활동을 격려했고, 간부들과 성금 300만원을 모아 낡은 싱크대를 교체해줬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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