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합병증 사망률, 세계 평균의 2배
의료진 부족으로 수술 기회도 턱없이 적어
난민증가에 국제사회 식량원조도 사실상 줄어
기아와 전쟁, 질병 등 부정적인 표현으로만 묘사되는 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 탓에 ‘가난과 죽음의 대륙’이라는 편견이 계속 강화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지만, “매일 1만5,000명이 피란길에 오른다”는 지난해 조사결과(스위스 국내난민감시센터ㆍ노르웨이 난민위원회)에서 보듯 아프리카인들이 처한 삶의 조건은 오히려 날로 악화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외과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30일 이내에 사망하는 비율은 전 세계 평균의 2배를 웃돈다. 이런 내용은 최근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에 게재됐다. 수술 이후 뇌졸중, 폐렴 등과 같은 합병증 발생률은 18%를 넘어서며, 수술 환자들의 2.1%가 적절한 사후 검진이나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한 달 내에 숨을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중 상당수는 원래 젊고, 건강하며, 긴급을 요하는 응급수술이 아니라 ‘선택수술(생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2016년 2~5월 에티오피아와 이집트, 나이지리아, 잠비아 등 아프리카 25개국의 247개 병원의 환자 1만1,422명의 성인 환자들을 상대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수행됐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브루스 비카르드 교수는 “수술 후 합병증 관리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의료진의 턱없는 부족”이라며 “(적절한 관리만 있었다면) 많은 환자들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내 의료진 숫자는 심각할 만큼 적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술 후 사망 위험을 줄이려면 인구 10만명당 20~40명 정도의 전문의가 필요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외과, 산부인과, 마취과 전공의 등을 포함해 고작 0.7명에 그쳤다. 비카르드 교수는 “정말로 슬픈 일은 분명히 이뤄져야 할 많은 수술들이 시행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의료진 부족 현상을 메울 수 있는 의사 양성 방법도 마땅히 없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수술 접근권’ 자체가 극히 제한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얘기다.
아프리카가 처한 열악한 삶의 조건은 이뿐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식량원조 규모마저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급격히 늘어나는 난민들을 감당하기 위해 유엔의 식량 배급분이 대폭 감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난민 캠프가 대표 사례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최근 이 곳에 머무르는 65만명 난민들에게 대한 식량 배급 기준을 하루 평균 1,680㎉로 조정했다. 종전보다 20% 가량 낮아진 것인데, 미국 농무부의 권고 기준(성인 남성 2,500㎉, 성인 여성 2,000㎉)에 한참 못 미친다. WFP는 올 3월까지 추가 재정 지원이 없다면 심지어 하루 1,000㎉ 수준으로까지 줄여야 할 상황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 에티오피아 난민 캠프에는 남수단 등에서 매일 약 1만명의 난민들이 새로 유입되고 있지만, WFP에 대한 선진국 및 국제기구의 지원액은 제자리 걸음이다. 2016년 WFP의 필요 예산은 88억4,000만달러였으나 지원금은 59억2,000만달러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도 필요 예산은 96억달러에 달했지만 실제 지원은 59억6,000만달러에 머물렀다. WFP 동아프리카 지부 대변인 피터 스미던은 WP에 “원조국들이 지원을 늘리고 있긴 해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우려되고 있다”며 “식량 원조는 임시방편이고,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은 바로 ‘개발(development)’”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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